◆ 국민연금發 주총 대란 / 조양호 회장 연임 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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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 회장이 과다한 겸직을 해소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 3곳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 6곳의 임원직에서 자발적으로 물러난 것과 달리 대한항공은 주주들의 결정으로 쫓겨나듯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점에서 충격의 강도는 더한 모습이다.
이날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이 "위임장과 주요 주주들의 의결권을 사전에 종합한 결과 조양호 사내이사에 대한 연임 안건은 부결됐다"며 표결 없이 곧바로 부결을 선언하자 현장에서는 술렁임과 얕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일반적으로 상장사의 이사 선임은 주총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만 얻으면 되지만 대한항공은 이사 선임을 출석 주주 3분의 2 찬성이라는 특별결의 요건으로 정해 놓은 탓에 64.1%라는 찬성표를 얻고도 연임에 실패했다. 외환위기 당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지하기 위해 사내이사 선임 요건을 강화한 정관이 부메랑이 돼 발목을 잡았다.
이날 주총에서는 일부 주주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주주 대리인으로 주총장에 나타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조 회장 일가의 사익 편취로 대한항공 재무 상태가 악화됐다"며 이사회의 책임을 묻자, 일부 주주들이 "안건과 무관한 얘기"라며 발언을 막기도 했다.
주총 이후 대한항공은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규 사내이사 선임 여부나 향후 대책 등에 대해서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논의할 것"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 별다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20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출로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함께 경영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오는 6월 대한항공 주관으로 서울에서 처음 개최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가 문제다. IATA는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가 회원으로 있는 국제 항공 협력 기구로 총회 의장은 주관 항공사 CEO가 맡는 것이 관례다.
사내이사가 유지됐다면 조 회장이 의장을 맡아야 하는데, 퇴출된 상황이라 대안 마련을 고심해야 할 처지다. 대한항공으로선 글로벌 입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앞두고 악재가 노출된 것이다.
지난해 환율 등 경영 여건 악화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대한항공은 올해부터 대대적인 중장기 비전을 실행해 2023년 영업이익 1조7000억원, 부채비율 39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지난해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출범으로 상호 협력을 시작하면서 올해 턴어라운드를 본격화하고 있는 와중에 조 회장이 퇴출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물론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사장이 사내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대한항공 최대주주인 한진칼과 (주)한진 사내이사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조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회장직은 유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를 반영하듯 한진그룹은 이날 주총 이후에 조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상실한 것이지 경영권 박탈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대표이사와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그룹 경영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으로선 지난 20년간 CEO로서 대한항공을 세계적 항공사로 성장시킨 조 회장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 등 리더십에 대해 상당 부분 상실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대한항공이 세계적 항공사로 성장하는 데 조 회장이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며 "조 회장의 공백으로 중장기 경영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장기 경영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조원태 체제'가 본격 가동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조 회장은 지난해 말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현재까지 로스앤젤레스 별장에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현지에서 주총과 관련된 사안을 보고받으며 향후 대책에 대해 대한항공 임직원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사
[전경운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