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發 주총 대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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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SK그룹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 3층에 마련된 주주총회장. 한 젊은 주주가 손을 들고 이런 질문을 던지자 주주총회를 진행하던 장동현 SK(주) 대표는 안경을 한번 쓸어 올리더니 이내 입을 뗐다. "통상 이사회의 기능이란 집행임원에 대한 견제가 있는 건데요"로 답변을 시작한 장 대표는 마치 옆자리에 앉은 청년에게 답해주듯 이사회 구성에 대한 설명을 조근조근 이어갔다.
30분 남짓 열띤 논의 끝에 주주총회가 끝났지만 장 대표는 주주총회장을 떠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질문한 소액주주 자리로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좋은 질문에 감사했다며 주주를 격려하자 오히려 주주가 고개를 숙이며 쑥스러워했다. 악수 한번 나눴을 뿐이지만 SK그룹이 추구하는 주주 관계의 진정성이 반짝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SK(주)도 이날 주주총회를 앞두고 안심할 수만은 없었다. 전날 국민연금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과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의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보유 지분이 8.4%에 그치긴 하지만 다른 주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참석 주주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져 이사 선임 안건과 정관 변경 안건 등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이날 사외이사로 선임된 염 전 총장이 이사회 의장이 되고,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고 대표이사만 맡게 됐다. SK그룹이 올해부터 이사회 중심 경영에 한발 더 다가선 것이다.
SK하이닉스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해 이사회를 강화하는 일환이다.
SK가 이렇게 이사회 기능을 강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주들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최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SK(주)는 사외이사를 기존 4명에서 5명으로 한 자리 더 늘렸다. 내부 인사가 나가면서 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인사를 늘리는 것은 경영권이 위태한 기업이라면 힘든 결정이다.
하지만 SK(주)에서는 대주주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더라도 전문성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보강했을 정도로 주주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것이다.
장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SK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하지만 사회 기대가 더 빨리 바뀌어 가니 기업이 거기 맞추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이사회를 마친 뒤 주주들에게 A4용지 다섯 장에 달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통상 주주총회장에서 배포하는 자료집 앞 장에 짧게 대표이사 인사말이 들어가는 경우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