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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JB금융그룹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62)은 매일경제와 만나 공격적인 성장보다 기본에 충실한 전략적 내실경영을 '김기홍호(號)' 핵심 철학으로 내세웠다. JB금융지주는 이날 오전 열린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을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김 회장은 자산 50조원 규모로 성장한 JB금융그룹의 '제2 도약'을 이끌어갈 새 선장으로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임기는 3년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후 3개월간 JB금융의 미래 청사진을 고민해 왔다. 그는 "회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두 가지는 건전성을 강화하고 주가를 부양해 주주에게 알짜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9% 수준인 자기자본(BIS)비율과 0.35배 안팎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한 전 회장이 외연 확장과 성장 중심으로 '공격력'을 과시했다면 이제는 기초를 다지며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뜻이다. 김한 전 회장은 2010년 이후 9년 동안 JB금융그룹 자산 규모를 7조원에서 47조원으로 확대하며 그룹 위상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역대 최대인 3210억원을 기록했다.
김 회장은 수도권 공략도 기존보다 보수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그는 "수도권에서는 대형 시중은행 침투율이 낮은 소규모 시장을 노려야 한다"며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 가정 등 대상 사업에 집중할 것이고 이 분야에서는 이미 실적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JB금융은 지난 몇 년간 수도권 영업 확대 전략을 펼쳐 지방 금융그룹 중 가장 많은 수도권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김 회장은 "수도권 진출도 중요하지만 지역 내 기반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며 "JB금융그룹의 전라도 내 점유율은 20~30%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대형 시중은행이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 등 지방 시장 공략을 강화하며 지방은행의 지역 내 입지를 흔들고 있다. 지방은행으로서는 지자체에 30억~40억원 수준의 협력사업비를 약속하는 시중은행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다.
김 회장은 글로벌 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JB금융은 2016년 아프로서비스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을 인수한 데 이어 JB우리캐피탈을 통해 미얀마에 마이크로파이낸스 법인을 설립하는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회장은 "PPCB는 올해 연간 이익 200억원대를 돌파할 전망"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회장은 이어 "금융사는 배당을 늘리는 방식으로 사회공헌 기능을 확대할 수 있다"며 "노년층이 은행 주식 배당으로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모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평소 배당을 늘려야 인수·합병(M&A) 등을 위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때 주주들 도움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회장 내정 당시 배당성향을 4대 금융지주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1957년생인 김 회장은 경동고 졸업 후 미국 배럿대 경영학 학사와 미국 미주리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조지아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우리나라 금융사의 조직 문화에 대해 "현재의 톱다운(top-down) 구조로는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처럼 매트릭스 조직으로 가야 하지만 먼저 겸업보다 전업에 익숙한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신임 J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된 것은 금융업과 관련해 다양한 분야에서 쌓아온 경력 때문이다.
김 회장은 한국조세연구원 전문위원과 보험개발원 연구조정실장으로 재직하던 1999년 당시 이헌재 금융감독원장이 발탁해 금감원 부원장보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충북대
2014년에는 김한 전 회장 추천으로 JB자산운용 대표로 부임했다. 김 회장이 대표를 맡은 이후 JB자산운용은 그동안 이어오던 적자를 청산하고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