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글로벌 경제는 야구로 치면 9회 정도다. 장기 경기 사이클로 보면 8년간 지속됐던 확장 사이클이 끝나갈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의 하향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채권과 주식 투자자들은 9회에 들어선 글로벌 경제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채권 투자자들은 확장 사이클이 1회밖에 안 남았으니 경기 침체든 경기 둔화든 어쨌든 경기 하강 사이클로 진입한다는 데 주목하고 내년엔 채권 금리가 더 낮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달 말 미국 3개월과 10년물 장단기 스프레드 축소에 채권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채권 랠리가 이어진 점도 이러한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주식 투자자들은 아직 1회가 남은 데다 잘하면 이 확장 국면이 더 지속되는 연장전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듯하다. 최근 중국 경제 지표가 반등하면서 금리가 상승한 것도 낙관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은 둘 다 지난 1분기 상승 랠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가가 다시 최고치를 경신하고 하반기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2%를 상회하면서 금리 상승 부담이 높아진다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연방준비제도의 스탠스가 다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말 제기된 여러 가지 리스크 요인 중 상당수는 모두 지연됐을 뿐, 명쾌하게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 하반기로 갈수록 지연된 이슈 향방에 따라 다시 롤러코스터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세계경제 뇌관인 글로벌 부채 이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중국 경제지표의 반등을 만들어낸 요인은 다시 부채였다. 과잉 부채 부담으로 줄였던 부채를 다시 늘려 숨통을 틔웠기 때문이다. 올해 대규모 만기가 도래하는 지방공기업(LGFV)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지방정부에 지방채 발행을 열어주었고, 연초부터 은행 대출과 그림자금융이 금융시장 개혁 개방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급증했다. 높은 부채 부담을 더 많은 빚으로 막는 것은 단기 경기회복을 이룰 순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둘째, 무역전쟁과 지정학 리스크도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 외에 유럽과 일본에 대해서도 방아쇠를 당길 기세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선과 유럽의회 선거에서 부각될 포퓰리즘이 갈등을 첨예하게 만들 수 있다. 유럽은 브렉시트 연기와 함께 이탈리아의 예산안 문제가 연말에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외에도 최근 부각되는 다양한 지정학적 리스크에는 대규모 충돌과 대립 없이 평화롭게 보낸 지난 30년이 역사상 아주 특별한 시기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