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서민금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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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협,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58조2000억원에 이른다. 전년(44조1000억원)보다 31.9% 늘어난 규모다. 2016년과 비교하면 2년 만에 110% 가까이 증가했다. 저축은행도 연 30% 수준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해 저축은행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3조7000억원으로 전년(10조4000억원)보다 31.7% 늘어났다. 이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금융사가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자영업자 대출로 눈을 돌린 측면도 있다.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 대출이 서민 금융기관 부실의 뇌관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지방 경기 침체와 과열 경쟁으로 자영업자 영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기업생멸행정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개인기업의 창업 후 5년 생존율은 27.9%에 불과하다. 10곳 중 7곳이 장사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신용회복위원회 창원지부 관계자는 "최근 상담하러 온 요식업 자영업자 중에는 도저히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가게를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고 부업으로 일용직이나 대리운전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게를 열면 적자를 보는 구조라 아예 관리비만 내고 세가 나가길 기다리는 자영업자도 있다.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하는 50대 이 모씨는 "한 달에 이틀 쉬고 아내와 매일 낮 12시부터 밤 12시가 넘도록 일한다"며 "본사로 돈을 보내고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제외하면 애 하나 가르치며 먹고사는 일도 버겁다"고 호소했다.
장사가 안 되면 빚을 갚기 어렵다. 자영업자들이 대출로 대출을 갚는 악순환 구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이 같은 채무 부실화는 금융사에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실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오르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전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년(0.51%)보다 0.10%포인트 상승했다. 상호금융권은 1.15%로 전년(0.74%)보다 0.41%포인트, 여신전문회사는 2.04%에서 2.66%로 0.62%포인트 각각 올랐다.
4곳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는 '다중 채무' 자영업자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국내 자영업자 부채 구조에 대한 미시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중 4개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비중은 2015년 말 28.6%였다. 가장 최근 집계인 지난해 6월 말에는 이 수치가 31% 수준까지 올랐다. 대출 중 90% 이상을 비(非)은행권에서 빌린 자영업자 비율도 2015년 말 10%에서 지난해 17%까지 늘었다.
제1·2금융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자영업자가 많아지자 이들을 겨냥한 '꼼수 대출'도 기승을
[창원·대구 = 김강래 기자 / 군산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