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성 칼라일 대표 단독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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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한국은 지금까지 성과와 잠재력을 실증해왔으며 의심의 여지없이 이는 지속 가능하다"면서 "특히 사모투자펀드(PEF)에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PEF 투자 기회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데 주목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집단의 기업 분사,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성장하는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기업뿐 아니라 가업승계를 앞둔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투자 기회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칼라일그룹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글로벌 PEF 운용사 중 가장 많은 수준인 9곳의 사무소를 서울·베이징·상하이·도쿄·홍콩·싱가포르·뭄바이·자카르타 등지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 현재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투자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이 대표는 "투자자는 지금 저금리, 높은 자산 밸류에이션에 더해 높은 변동성이라는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시장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그와 칼라일의 투자철학은 출발한다. 이 대표는 "세계경제는 둔화되고 있지만 침체 국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정책에 대한 질문에 "내가 그것을 점찍을 수 있었다면 아마 정말, 정말, 정말(Really, really, really) 세계 최고 갑부가 됐을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둔화되는 경제성장세, 여전한 시장 변동성, 높은 자산가격에 대한 해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할 것을 강조한 그는 칼라일그룹의 다양한 전략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최근 투자한 중국 맥도널드는 중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재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중국 헬스케어 관련 기업에서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업을 인수한 후 주요 투자 전략으로는 기업 사업부문 분사를 통한 사업 효율화를 꼽았다. 그는 "기업 사업부문 분사를 통한 경영효율화 작업(Carve-out)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칼라일의 100여 명 인력이 10개월가량 투입돼야 가능한 일"이라며 "이 같은 복잡한 딜을 수행할 수 있는 PEF 운용사는 칼라일 외에는 거의 없다"고 자랑스레 얘기했다.
기업 성장성에 베팅한 투자는 통상 신경제(New Economy) 기업 투자다. 그러나 신경제 기업이 아닐지라도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전략이 존재한다.
이 대표는 "이탈리아 패션 기업 몽클레르 같은 브랜드를 인수한 뒤 이를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시켰다"며 "헤드폰 기업 비츠, 신발 기업 골든구스 역시 같은 사례"라고 말했다. 로컬 브랜드에 국한됐던 곳들을 사들여 칼라일그룹이 지닌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를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시키면 새로운 성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견고한 수익성을 지닌 기업에서 기업가치 창출 기회를 찾기도 한다.
그는 "회복력 있는(Resilent) 성장성을 가진 기업을 발굴해 칼라일이 지닌 역량을 통해 부가가치를 부여하는 전략도 유효하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 ADT캡스 인수"라고 말했다. 경제 상황 영향을 덜 받으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설명이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의 미래에 대해서는 미·일 간 과거 사례를 예시로 설명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미국의 대일본 경상수지 적자가 심화되며 갈등이 커졌다. 45개에 달하는 무역 관련 협정이 체결되는 데는 이후 장장 15년이 걸렸다.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럼에도 최종 결론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이 대표는 "미·일 간 무역 갈등이 해소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렸지만 해당 기간 양국 교역은 50% 늘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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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미국 뉴욕주 올버니 출생 △1986년 하버드대 졸업 △1990년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1992년 워버그핀커스 △2013년 칼라일그룹 부최고투자책임자(deputy CIO) △2018년~ 칼라일그룹 공동대표
[한우람 기자 / 조희영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