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분양가 규제 ◆
![]() |
↑ 지난달부터 분양을 시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방배그랑자이` 견본주택. 평균 분양가가 3.3㎡당 4687만원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
핵심은 서울 등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을 낮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HUG는 서울 전역과 과천, 광명·성남·분당·하남 등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규정하고 분양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고분양가·고무줄 심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최근 서울 등 민간아파트 분양가 오름세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HUG가 매월 발표하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당 778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84만1000원) 대비 13.79%나 뛰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아파트 가운데 '고가'로 분류되는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도 전체 물량의 절반에 달한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에 따르면 2015년부터 서울에 분양된 민간아파트를 분석한 결과 분양가 9억원을 넘은 서울 민간아파트 비율은 2015년 12.9%, 2016년 9.1%, 2017년 10.8%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8년 29.2%, 2019년(5월 15일 기준) 48.8%로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을 죄고 공시가격 조정으로 세 부담을 대폭 늘려 기존 주택가격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새 아파트 분양가가 슬금슬금 계속 올라가면 결국 기존 주택도 새집 값을 따라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이번 HUG의 분양가 상한선 조정은 3기 신도시 추가 발표까지 감행한 국토교통부와 상당 부분 교감하에 진행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인 상황에서 분양가가 높아지면 시장을 다시 자극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 |
당초 HUG는 사업장 인근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 또는 평균 매매가의 110% 이하로 분양가를 유도해 왔다. 하지만 시장이 안정 분위기로 향하는 상황에서 공급자와 수요자에게 분양가에 대한 일종의 '하한선'이 돼버려 가격을 거꾸로 올린다는 비판이 있었다. 따라서 HUG의 새 심사기준은 대폭 하향됐다.
1년 이내 분양단지는 예전과 차이가 없지만 1년 이상 분양 아파트는 평균 분양가에 주택가격변동률(주변 시세 상승률)을 적용한 금액과 비교 사업장 평균 분양가의 105% 중 낮은 금액으로 평균 분양가를 산정한다. 주택가격변동률이 하락세일 경우 평균 분양가의 100% 이내로 제한된다는 단서까지 단 만큼 분양가는 100~105% 이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주변에 이미 준공된 아파트만 있는 경우는 평균 매매가의 100% 이내로 분양가 상한선을 정해 사실상 주변 시세로 분양가를 제한했다.
HUG는 고분양가 사업장의 평균 분양가 산정 방식도 '산술평균+가중평균 방식'에서 '가중평균 방식'으로 바꿨다. 평형별·타입별·층별 공급면적의 평당 분양가를 평형별·타입별·층별 공급면적의 비율로 가중평균한 가격으로 바꿔 평균 분양가(또는 평균 매매가)로 일괄 적용하는 방식이다. 공급물량이 적은 일부 평형 분양가를 확 떨어뜨려 전체 분양가를 낮추는 '편법'을 막으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HUG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1년 초과 분양기준·준공기준의 경우 분양가 수준이 현행보다 다소 하향 조정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HUG는 변경된 기준을 이달 24일 이후 분양보증 발급 사업장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래미안라클래시(삼성상아2차 재건축)가 첫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서초그랑자이(서초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사당3구역 재건축)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HUG의 새 기준도 여전히 복잡하고 '고무줄 심사'로 흘러갈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우선 비교 사업장을 정하는 기준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HUG는 강남 등에서는 개별 구 전체에서 사업장을 뽑고, 어떤 지역에서는 반경 1㎞를 기준으로 '제각각'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방배그랑자이(방배 경남아파트 재건축)는 디에이치 라클라스(삼호가든 3차 재건축)와 같은 분양가가 책정돼 적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비교 사업장 선정기준을 분양 시기에 따라 정하기는 했지만 지역 범위를 어떻게 할지는 지금도 모호하다"며 "앞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평균 분양가 산정 방식을 가중평균 방식으로 바꿔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HUG 설명도 애매하다. 매일경제신문이 방배그랑자이 입주자모집공고를 분석한 결과 HUG의 새 기준에 따라 계산한 일반분양 256가구 평균 분양가가 기존 가격보다 더 높게 나왔다.
이에 대해 HUG는 "가중평균이 높게 나올 경우, 분양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새 산정 방식은 분양가 인하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