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분양보증 규제로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은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 조감도. [사진 제공 = 삼성물산] |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은 전날 대의원회의를 열고 후분양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홍승권 상아2차 재건축 조합장은 "오는 8월 말 임시총회를 개최해 후분양 실시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며 "주변 시세를 무시하고 구체적 기준도 없이 HUG가 임의대로 분양가를 매기는 부분에 대해 주민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 |
HUG는 앞서 상아2차 조합 측에 올해 4월 같은 강남구 일원동에서 분양한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일반분양가(3.3㎡당 4569만원)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입지와 시세 차이 등을 이유로 분양가를 3.3㎡당 최소 4700만원 이상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신반포3차, 반포경남아파트 등을 통합 재건축하는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도 고심 끝에 후분양을 잠정 결정했다. 김석중 신반포3차 조합장은 "HUG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준공 후 후분양으로 가기로 했다"면서 "내년 상반기에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위한 총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이주가 시작될 서초구 반포주공1·2·4주구나 방배13구역, 잠원동 신반포4주구 등도 후분양이 도입될 만한 단지로 꼽히고 있다.
![]() |
문제는 HUG의 분양가 간섭으로 인해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분양 지연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분양 물량은 1만78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2061가구)보다 10.5% 감소했다. 특히 분양가 규제의 집중 타깃인 강남은 상아2차 재건축 외에도 개포주공4단지(개포그랑자이), 서초무지개아파트(서초그랑자이) 등이 아직 분양 일정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주변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분양해 당첨자들만 큰 시세차익을 얻는 '로또분양'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HUG가 제시한 상아2차 재건축 분양가 역시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에 비해 3.3㎡당 800만~1000만원 낮은 금액이다.
강남권 분양 단지들은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대출도 안 되기 때문에 사실상 로또분양으로 인한 현금부자들의 '줍줍' 열기만 심화되고 있다. HUG의 규제 때문에 현금부자들만 혜택을 보고 불확실성만 높이는 셈이다.
건설업계에선 HUG의 독점적 지위에서 오는 지나친 권한이 근본 원인이라고 보고 분양 보증기관의 경쟁체제 도입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주택 분양보증 업무의 독점 문제가 불거지자 2017년에 2020년까지 주택분양보증을 위해 보증보험회사를 추가 지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분양보증기관 다원화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정부 스스로 결정한 정책도 뒤집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분양보증기관을 서울보증보험이나 주택금융공사 등으로까지 다원화해 분양보증시장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 추동훈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