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가 정상화되면서 지난 10년간 결론 내지 못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9일 국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르면 12일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하고 소관 법안에 대한 심사에 나선다. 보험업계는 특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2건 상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법제화되면 기존에 진료 영수증이나 진단서를 일일이 받아 보험사에 전달하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자동차보험처럼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병원이 전산으로 보험사에 진료 내역을 청구하게 된다.
현재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등 일부 대형 병원은 특정 보험사와 개별 제휴를 통해 제한적인 청구 간소화를 이미 시행 중이다. 법제화하면 이 같은 제도를 전국 모든 병원과 전 보험사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소비자 편익이 제고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갤럽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47.5%가 '실손보험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진료 금액이 적거나 시간이 없어서 청구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은 투명한 보험금 청구·지급을 통해 보험업계 신뢰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개별 청구 처리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그동안 보험 가입자들이 청구하지 않았던 소액 보험금 청구가 늘어나면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지만, 소비자 편익 제고 차원에서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3300만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국민의 불편함을 해소할 책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의료계는 개인의 진료 정보 유출 문제 등을 우려해 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청구 간소화 중개기관 겸 전산망으로 활용하는 방안(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법안)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 비급여 진료 체계가 심평원을
따라서 심평원이 아닌 제3 기관을 활용하는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무위에 계류돼 있는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심평원이 아닌 '전문 중개기관'에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