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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내년 실적 반등을 노려 외국인이 미리 매수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반도체 생산 차질이 중장기적으로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해 삼성전자의 수익성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삼성전자에 대해 지난 1월 2조335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이후 3월(1804억원 순매도)과 5월(4350억원 순매도)을 제외하면 5개월 동안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특히 1월에는 미국계 롱텀펀드 블랙록이 삼성전자 지분을 5% 이상 확보했다는 공시를 내기도 했다. 3월과 5월에는 미·중 무역전쟁 공포감이 재발하면서 일시적인 순매도가 나왔지만 최근 2개월 동안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에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나왔지만 연일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을 공식 발표한 지난 1일 이후 9일까지 삼성전자 순매수 규모는 3212억원이다.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 목록에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대 소재 이름을 올렸다. 이들 소재는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데 쓰는 핵심 소재로 최대 90%까지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을 모두 하기 때문에 국내 어느 기업보다 타격이 큰 편이다. 반도체 생산 차질을 우려한 이재용 부회장은 급히 일본으로 출국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차질이 오히려 이 업체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31조4560억원에 달했다. 1년 전(26조4709억원)보다 18.8%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3.5% 감소했다. 반도체 판매가 감소하면서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 소재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가 생산 차질을 빚으면 재고가 감소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D램 생산량 감소→공급과잉 해소→재고 소진→가격 반등→삼성전자 이익 증가'가 이상적 시나리오다. 이 같은 실적 턴어라운드를 노려 외국인이 싼값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이달 9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4조36억원을 기록하며 6개월여 만에 4조원을 돌파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은 반도체 가격과 물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단순히 생산 차질을 실적 악화로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작년 반도체 공급과잉으로 감산이 필요한 시점에 일본이 소재 수출 규제로 감산에 대한 명분을 제시했고 이에 따른 가격 협상력 상승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다각화된 사업 구조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반도체 가격 반등이 단기적으로 나오기 어려운 구조지만 디스플레이·스마트폰 등 다른 사업들이 실적 부진을 만회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지난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잠정 실적 발표 기준으로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발표 직전 컨센서스는 6조1000억원이었는데 예상치보다 높게 나온 것이다. 반도체 부진이 이어졌지만 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이 작년 2분기보다 5배가량 높게 나온 것이 실적 선방을 이끌었다.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삼성전자의 작년 영업이익은 58조8867억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는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며 영업이익이 26조9769억원으로 예상된다. 작년과 비교하면 54.2%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내년에는 35조866억원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도쿄올림픽 등으로 가전 수요가 살아나는 데다 스마트폰 사업 쪽에선 폴더블폰 등 고수익 제품들이 양산되는 시점이다.
어규진 이베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