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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는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에 대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 판결이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보호무역주의 확대라는 큰 흐름에 동참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수출규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제조업체가 피해를 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메모리업체는 새로운 공급처를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본의 조치는 궁극적으로는 일본에 손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일본에서 한국 반도체업체에 대한 모든 소재·장비 공급을 일시적으로 멈추면 국내 메모리업체의 생산은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는 않는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는 철저하게 국제적으로 분업화돼 있다. 약 70%의 메모리 반도체는 국내 업체가 생산하지만, 이 생산에 필요한 소재·장비는 미국 일본 한국 대만 등에서 공급한다. 이렇게 생산된 메모리 반도체는 현대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전자제품에 사용된다.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일본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 체인을 일시에 망가뜨리기는 어렵다.
국내 주식 시장의 부진은 우리나라가 현재 진행되는 이러한 글로벌 공급 체인의 균열에 많이 노출돼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했다. 지금은 반도체 제조업이 이러한 환경에 노출돼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제조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든,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수혜를 보는 기업이 있다. 최근 일부 소재 주가 상승에서 보듯이 국내 제조업체에 장비, 소재, 원료 등을 공급하는 회사 중 경쟁력이 있는 회사는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앞으로도 국내 경제에 영향을 주는 지정학적 변수가 과거보다 높은 빈도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거나 분석하는 것은 개인투자자에게 중요한 게 아니다. 주식 투자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주가가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지, 어려운 분석을 잘했다고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정학적 변수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분석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변화에 영향이 작은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이다.
아무래도 대형 회사일수록 이 같은 글로벌 변수에 많이 노출돼 있다. 그에 비해 중소형주는 분야가 다양하며 미래형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곳도 많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중소형주 가운데 글로벌 변수에 노출이 적은 회사를 중심으로 경쟁력이 있는 회사를 발굴해야 할 것이다.
[용환석 페트라자산운용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