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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결제원은 공동지급결제망을 기반으로 금융사와 소비자 간 거래를 지원하는 지급결제 전문기관이다. 지금까지는 사실상 은행만을 위한 지급결제망을 운영해왔지만, 최근 이 길을 이용하지 않는 주행자들이 새롭게 생겨나면서 금융결제원도 변화의 길목에 섰다. '○○페이(pay)'로 부르는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독자적 지급결제망을 구축 중인 간편결제 서비스와 핀테크, 그리고 블록체인 등으로 요약되는 금융권 혁신이 가속화하면서다.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기존 중앙집중형 지급결제망의 존립이 흔들리고 있다"며 "핀테크 기업을 비롯한 새로운 플레이어들을 품지 못한다면 어느 날 우리 지급결제망을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이 발행하겠다고 나서면서 논쟁이 뜨거워진 가상화폐 '리브라' 문제의 본질도 이와 같다고 봤다.
김 원장은 "미국은 한국에 비해 계좌를 개설하기 어렵고 송금 자체도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며 "금융 시스템에서 소외받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리브라가 이들에게 기존 시스템보다 쉬운 계좌 개설과 빠른 결제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도권 금융이 새로운 요구와 움직임을 외면하면 리브라 같은 우회로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길을 넓히는 대표적인 작업이 바로 '오픈뱅킹'이다. 금융결제원을 중심으로 은행권과 핀테크 기업이 함께 12월 운영 시작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오픈뱅킹이란 은행이 가진 소비자 데이터를 제3의 업체와 다른 은행이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거래 수수료도 기존에 비해 10% 수준으로 내려간다.
김 원장은 "그간 개별 은행 중심으로 금융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핀테크 사용자는 높은 이용 수수료를 부담해야 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출시하고 운영하는 데 애로가 있었다"며 "이번 오픈뱅킹 서비스를 실시하면 새롭고 혁신적인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 기반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픈뱅킹이 실시되면 연말부터 스마트폰에 어떤 은행 애플리케이션이든 하나만 깔면 다른 은행 계좌까지 조회·이체가 가능해져 이용자 편의가 증대된다.
일각에서는 은행끼리 가격 경쟁만 하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수료는 낮추고 새로운 플레이어들에게 고객과 정보만 내주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그건 은행권과 핀테크를 경쟁 관계로만 보는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은행이 핀테크 스타트업에 사무 공간 등 각종 시설부터 컨설팅, 기술 및 금융 테스트 환경, 투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지원하고 있다"며 "다시 말해 은행이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해 경쟁적 관계보다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협력적 파트너 관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급결제 시장이 급변하면서 금융결제원 역할의 재정립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재 시중은행과 한국은행이 금융결제원의 사원, 지방은행과 인터넷뱅크는 준사원, 증권사는 특별 회원이다. 핀테크 회사는 회원사로 가입돼 있지 않다. 그는 "다양한 새로운 플레이어가 나오는 만큼 이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결제원 자체도 변화를 맞고 있다. 김 원장 본인도 1986년 창립 이래 첫 비(非)한은 출신 원장이다. 내부에서는 과거 한은 출신이 은행권과 소통에서 강점이 있었다면,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김 원장은 금융에 대한 보다 넓은 시선에서 격변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모습이다.
김 원장은 "30년 만에 공무원 출신 원장이라고 한다"며 "금융당국에서 금융결제 인프라스트럭처 개편을 전방위적으로 추진 중인데, 그동안의 공직생활 경험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으리라 본다. 한은도 소중한 파트너인 만큼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금융결제원이 담당해온 아파트 청약 시스템인 '아파트투유(apt2you)'를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는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도 그가 맡은 큰 숙제다. 일각에서는 시스템 이관이 잘 이뤄지지 않아 10월부터 아파트 청약이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금융결제원과 한국감정원이 함께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실무자들이 매달 만나는 등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다만 결제원이 청약 업무를 수행해오는 동안에도 관련 법률이 변경되는 경우 이를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해 일주일 정도 단기간 청약을 중단한 사례가 있었다. 하물며 청약의 운영 주체가 바뀌는 것이므로 이보다는 길게 청약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에게는 "금융결제원이 공적인 핀테크 기업이라고 생각하라"며 혁신을 주문한다. 특히 빅데이터 분야를 눈여겨보고 있다. 현금 인출, 계좌 이체, 송금 등으로 생성되는 데이터 정보가 모이는 금융결제원의 빅데이터는 '보물상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결제원에는 데이터가 4700테라바이트(TB) 쌓여 있다. 게다가 매일 최대 4TB씩 늘어나는 중이다.
김 원장은 "신용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 빅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는 데이터가 무궁무진하다"며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빅데이터 활용 방안을 연구 중이고, 가능한 범위에서 은행이나 핀테크 기업에 개방·공유·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사기방지시스템(FDS)도 가능하다. 인증 정보 사용 패턴을 활용해 평소와 다른 사용 행태가 보이는 금융의심거래에 경고 메시지를 띄우는 방식이다.
최근 해외에서도 우리 지급결제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그는 "단 몇 초 만에 이체와 송금이 되는 나라는 선진국 중에서도 드물다"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을 수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했다. 지금까지 베트남, 나이지리아에 이어 아르메니아 중앙은행의 지급결제 해외송금 시스템 구축 사업을 완료했다. 이집트 지급결제 시스템 현대화 컨설팅도 진행한다.
그 밖에 금융결제원은 바이오정보 분산관리모델이 전 세계 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이미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제출했고, 국제표준안을 2022년 8월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결원은 한은과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14개 시중은행이 참여하는 '모바일 현금카드 직불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은행 계좌 기반 결제로 수수료가 적고, 결제대금이 실시간으로 가맹점 계좌로 들어오는 만큼 결제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모델이다. 하지만 비슷한 형태의 제로페이가 먼저 출시되면서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김 원장은 "연내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제로페이가 QR코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모바일 직불 서비스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다른 기술을 넣어 차별화하는
▶He is…
△1965년 경기 군포 출생 △서울 경복고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시 34회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금융서비스국장·기획조정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결제원 원장
[김연주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