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이사장은 지난 13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취임한 뒤 자산운용사 등 금융 분야 관계자를 24회 만났고, 행정공제회가 투자한 사업장 12곳을 찾았다. 대내외적인 변화를 빠르게 숙지하고 정책에 반영하면서 직원들이 풀기 어려운 문제를 직접 푸는 것이 최고경영자(CEO)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이사장은 "행정공제회와 거래하는 자산운용사는 우리의 자금을 맡아 운용하고 시장 및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갑을 관계'가 아닌 소중한 전략적 동반자"라며 "앞으로도 투자 현장과 자산운용사를 지속적으로 방문해 시장 동향, 운용전략을 공유하고 상생을 도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경영'의 성과는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나타났다. 한 이사장은 당시 행정공제회 주요 관계자들과 직접 미국을 찾아 MOU 체결을 주도했고, 행정공제회는 미국 연기금 2위 규모인 CalSTRS와 국내 최초로 88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공동투자 MOU를 체결했다.
CalSTRS와 MOU를 맺은 것은 한 이사장이 취임 후 거둔 성과 중 가장 각별하게 여기는 결과물이다. 한 이사장은 "CEO가 직접 미국을 찾아 관계자들을 만나니 상대방에서도 '이렇게 관심을 보일 줄 몰랐다'며 놀라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한 이사장은 미국 방문 당시 CalSTRS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인 USAA Real Co., PCCP, CBRE GI를 직접 찾아 관계자들을 만나고 시장 동향과 투자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한 이사장은 "주요 자산운용사 방문 이후 미국 현지 여러 운용사에서 투자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해외 투자를 할 때 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국민연금이 선행투자를 한 뒤 공제회가 후발 주자로 나섰다면 이제 공제회가 직접 투자처를 발굴하고 우량 투자사업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행정공제회가 투자를 진행한 경기도 평택 드림테크 공사 현장을 찾았을 때도 한 이사장의 '현장경영'이 성과를 거뒀다. 지난달 드림테크 공사 현장을 방문한 한 이사장은 공사 관계자에게서 인허가와 관련해 행정 절차가 복잡하다는 애로사항을 들었고, 경기도와 상의해 이를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행정공제회는 올해 상반기 자산 규모와 운용 실적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올렸다.
행정공제회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12조228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3조4027억원으로 1조1739억원 증가했다. 경영 수익은 연간 목표 5743억원 대비 68% 수준인 3687억원을 달성했고, 운용수익률은 4.7%를 기록했다. 한 이사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체계적인 자산 배분과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병행한 결과"라며 "주식 비중을 제때 축소하고 국내 시장 성장 둔화를 감안해 해외 투자 확대 전략을 추진한 것이 양호한 실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행정공제회는 대체투자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과 함께 해외 중심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행정공제회는 CalSTRS뿐만 아니라 미국 텍사스교직원연금, 캐나다 부동산투자회사 드림 글로벌(Dream Global)과 함께 8818억원 규모 해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벨기에 브뤼셀, 독일 함부르크 오피스빌딩에도 투자를 진행하는 등 '알짜 투자처'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한 이사장은 "대체투자에 대한 기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량 물건 확보가 급격히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행정공제회는 글로벌 주요 연기금과 투자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세계 유수 자산운용사와 네트워크를 직접 확충해 투자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직원들 사기를 진작시키는 부분에도 주력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자산 규모 8000억원을 기록한 행정공제회는 올해 상반기까지 20년 동안 자산 규모 기준으로 17배 가깝게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외형 성장에 걸맞은 경영 기반과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하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됐다.
내부 인력은 1998년 89명에서 현재 137명으로 48명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이마저도 올해 정규직 12명, 대체투자 전문가 1명 등 13명을 신규 채용한 결과다.
핵심 내부 과제 중 하나였던 인력 충원을 위해 한 이사장은 직접 행정안전부를 방문해 설득에 나섰다. 한 이사장은 "행안부를 찾아 대화하고 설명한 끝에 인력 추가 확보에 성공했고, 이는 앞으로 공제회가 지속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 외화자산 관리, 세무·회계 전문가 채용을 통해 공제회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직원 보수를 4.9% 인상하고 행정공제회 건물 1층에 회의실을 마련해 '일하고 싶은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그는 "공제회는 공적인 업무도 수행하지만 자산운용기관으로서 성격이 더 강하다. 자산운용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조직을 운용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성과 중심의 인사·보상체계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공제회의 사회적책임 역시 강조되고 있다. 행정공제회는 신중한 주식 의결권 행사에 집중하고 있다.
한 이사장은 "주식 의결권 행사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회사의 경영 방향을 판단한다는 것인데, 외부인들이 경영 환경과 대응 방안에 대해 해당 회사만큼 잘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지나친 경영권 간섭은 오히려 해당 회사 발전에 독이 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행정공제회는 신중한 의결권 행사를 위해 지난해 의결권 행사 자문기관을 3개사로 늘렸다. 2017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을 시작으로 행정공제회는 현재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3개사에서 관련 자문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142개 종목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고 반대 비율은 16.3%다.
한 이사장은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회사 판단을 믿으려고 노력한다"면서도 "다만 부적절한 임원들의 인사 문제나 조직관리 문제 등 경영진 비리와 부정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적극적으로 주주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 갈등 속에서도 공제회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 이사장은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반도체, 화학 관련 기업 중 국산화를 통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에 대한 투자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He is…
△1963년 경남 진
[정석환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