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초점 렌즈는 실손 보상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의원에서는 검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환자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1건당 2만~3만원이면 충분한 백내장 수술 검사비를 500만~600만원씩 받는 곳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보험사 손해액이 올해에만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3400만명이 가입해 '제2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손해액은 5조1200억원에 달하는데, 거둬들인 보험료 수입은 3조9700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손해율은 130%에 육박한다.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과 사업비가 1.3배 더 많다는 의미다. 실손보험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보험연구원은 5일 서울 종로구 코리안리빌딩에서 '실손의료보험 제도 현황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태열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공적보험 보장률 합계가 주요국보다 낮기 때문에 실손보험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과 독일은 건강보험 보장률이 80%를 넘는데 우리나라는 62.7%에 불과하다"며 "실손보험이 이 보장률을 71.6%로 높여 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손보험은 2017년 9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이른바 문재인케어가 시행될 때만 해도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됐다. 건강보험 보장 항목이 늘어남에 따라 실손보험 보험금 지급이 줄고, 이에 따른 보험료 인하 역시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상황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케어 이후에도 실손보험 손해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도덕적 해이다. 실손보험이 의료비의 80~90%, 심지어 100%를 보장해 주기 때문에 불필요한 의료 쇼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백내장 수술이 대표적이고,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도수치료도 같은 선상에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문재인케어 이후 건강보험이 보장해 주는 급여항목이 커지면서 비급여항목 중심 의료 쇼핑이 늘고 있다"며 "병·의원은 수입을 늘릴 수 있고, 환자는 실손보험을 통해 비용 부담이 거의 없게 되면서 보험사기가 빈번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정성희 연구위원은 "불필요한 진료를 빈번하게 이용하고 보험금을 고액으로 수령하는 일부 가입자 때문에 선의의 가입자도 매년 인상된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손해율 상승이 지속되면 현재 40세 남성이 60세에 부담해야 할 보험료는 7배, 70세에는 17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보험연구원은 실손보험 개선방안으로 보험료 차등제 도입을 꼽았다. 보험금을 많이 청구하는 사람은 보험료를 더 내고, 그러지 않는 사람은 깎아 주자는 것이다. 영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BUPA는 보험료 조정단계를 14등급으로 구분하고 보험금 청구 실적에 따라 최대 70%까지 차등 적용하고 있다.
현재 포괄 보장구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