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가 42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중채무자의 증가폭은 최근 몇년새 둔화되긴 했지만, 전체 대출 차주 가운데 5명 중 1명을 넘는 등 '위험수위'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이하 청년층 차주가 대부업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출금도 6000억원에 육박했다. 빚갚을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청년층이 고금리의 덫에 빠져있는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5일 나이스평가정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422만7727명이다. 다중채무자 수가 지난 2014년말 351만1431명이었음을 감안하면 5년만에 20.4%가 늘어난 셈이다. 이들 다중채무자의 채무 잔액은 508조9157억원으로 2014년 말(344조3095억원)에 비해 47.8% 불었다.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꼽히는 다중채무자는 가계부채의 위험도를 살펴보는 지표로 활용돼 왔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청년·노년층이나 경기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이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다른 곳의 빚을 갚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중채무자 수와 채무잔액 증가폭은 2014~2017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다 최근들어 둔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말 370만2846명이었던 다중채무자 수는 2016년말 390만3835명, 2017년말 411만4979명으로 연평균 5% 이상씩 증가해오다 지난해 연말에는 422만5924명으로 전년대비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채무잔액도 2015년말 387조729억원, 2016년말 438조9085억원, 2017년말 481조2437억원로 연평균 10%씩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2018년말에는 508조4725억원, 올 6월말 508조9157억원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하지만 전체 대출 차주 가운데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게 문제다. 전체 대출 차주는 1938만3969명으로 이들 가운데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21.8%에 달한다. 다중채무자가 통상적으로 연체, 부실 위험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부실의 불씨는 여전한 셈이다. 다중채무자의 1인당 평균 부채규모는 1억2038만원에 달한다.
다중채무자 가운데 4곳에서 돈을 빌린 경우는 107만4893명, 5개 넘는 곳에서 빌린 경우는 96만5810명이다. 제윤경 의원은 "정부가 서민금융 상품을 늘리고 가계부채 증가율을 조절해왔지만,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채무자 맞춤형 상담과 복지정책을 조합해 서민들이 대출 돌려막기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고금리 대부업체 대출 또한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20대 이하 청년층 차주가 국내 상위권에 해당하는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이 6000억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제윤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산와대부,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리드코프, 조이크레디트대부 등 국내 대부업체
제 의원은 "취업이 늦어지면서 소득이 없거나 아직 사회초년생인 학생들이 고리의 대부업을 감당하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집안의 빚이 넘어오거나 학자금 대출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승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