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그룹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도록 압박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에도 참여해 항공업 구조조정도 꾀하고 있는 곳인 만큼 대림그룹 경영에 관여할 가능성도 있다.
통일과나눔재단은 이달 10일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해 보유 지분 32.6% 전량을 매각한다고 공고한 바 있다. 통일과나눔재단은 지난 16일 예비입찰을 거쳐 인수자로 KCGI를 신속하게 결정했다. KCGI는 다른 후보보다 월등히 높은 인수가를 제시해 인수자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신속한 매각 결정이 이뤄진 이유는 증여세 이슈 때문이다.
통일과나눔재단은 2016년 10월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에게서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증여받았다. 그러나 공익법인은 국내 법인 주식을 출연받을 경우 지분 10%까지 증여세가 면제되지만 초과분에 대해서는 과세된다. 다만 출연받은 이후 3년 내에 지분을 재매각하면 증여세가 모두 면제된다. 이 때문에 올해 10월까지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면 1500억원 규모 증여세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해당 지분에 대해 대림그룹 측에 인수 여부를 타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이에 따라 서둘러 공개 매각에 나선 것이다.
KCGI가 대림코퍼레이션 2대 주주로 올라서며 대림그룹 지배구조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석유화학 도소매, 해운물류, 정보통신(IT) 등 자체 사업을 영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대림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오너인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62.3%를 직접 보유하고, 대림코퍼레이션은 핵심 계열사 대림산업 지분 21.6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림산업은 상장사인 대림씨엔에스, 삼호, 고려개발 등과 더불어 대림자동차공업, 글래드호텔앤리조트, 여천NCC 등 비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의 의사결정이 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최근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림산업에 대한 최대주주 지배력이 취약하다는 점도 KCGI에는 유리한 대목이다. 대림산업은 최대주주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이 21.67%에 불과한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50.69%,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주주권 행사를 천명한 국민연금 역시 지분 12.20%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이해욱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 갑질 논란 등에 최근 휘말린 이력이 있는 데다 대림산업 등기임원 만기가 내년에 도래한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림산업이 배당 확대 등을 통해 주주들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대림산업에 대한 최대주주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산업 간 합병 가능성을 시장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오너 지분율이 높은 대
대림그룹은 이번 지분 거래 사안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해당 지분은 대림그룹이 의사결정을 전혀 내릴 수 없는 지분으로 매각 상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