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살펴보겠다'에서 '실천'까지 갈 수 있을까.
국정감사를 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손해사정사 제도, 특히 보험사의 자기손해사정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개선할 방안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혀서다.
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역대 금융위원장들이 '공감'은 했지만 끝내 흐지부지됐던 보험사의 자기손해사정이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까지 이어질지 관심사다. 시행령만 고치면 되기 때문에 금융위원장의 의지에 따라 가능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앞서 4일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금융위가 (보험업법 시행령에) 예외조항을 만들어 보험사가 자회사를 통해 자기손해사정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자기손해사정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합리적인 지적"이라고 공감했다.
보험업법 제189조는 보험사의 자기손해사정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손해사정사 대부분이 보험사 소속 또는 위탁계약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고 시 손해액과 보상금 산정에 있어 손해사정사가 '보험사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손해사정사는 사고나 재해 발생 시 손해액과 보상금을 산정하는 전문가다.
다만, 동법 시행령 99조에 단서를 달아 보험사가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서는 자기손해사정을 할 수 있도록 금융위가 통로를 열어 줬다. 자기손해사정을 무조건 금지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보험료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보험사 주장을 받아들여서다.
이에 대형 보험사들은 손해사정법인을 자회사로 설립, 보험업법 제189조를 우회에 자기손해사정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자기손해사정을 금지한 보험업법의 취지와 시행령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손해사정사 제도는 1977년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보험사고로 생긴 손해액을 독립적인 전문가로 하여금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해 결정토록 함으로써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사전에 억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보험사에 소속되거나 보험사로부터 업무를 위탁받는 형식으로 손해사정사 제도가 운영되고 있고, 보험금 분쟁 시 소비자보다는 보험사 입장을 더 대변하는 결과로 민원 유발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국내 보험사의 '보험금 및 제지급금 산정' 민원 상위 업체들 모두 자회사에 손해사정을 맡긴 곳들로 나타났다. 또 손해사정법인들은 지난해 매출액의 99.1%를 모회사인 보험사와의 거래를 통해 얻었다.
이와 관련 전재수 의원은 "대형 보험사 7곳이 손해사정 자회사 12개를 운영하고 위탁률이 90%를 웃돌고 있다"며 "자회사들이 모회사에 반하는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도 "자기손해사정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것과 같이 당초부터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역대 금융위원장들이 보험사 입장만 대변해왔다"고 비판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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