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차별 받는 국산ETF ◆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고를 때 국내 자산운용사가 만든 ETF보다 해외 자산운용사가 만든 ETF를 훨씬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편리성은 국내 ETF가 훨씬 좋은데도 과세 불평등으로 국내 ETF가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를 거래한 규모는 7조4910억원으로 추정돼 국내 시장에 상장된 해외형 ETF 거래대금 5조9991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국내 시장에 상장된 해외형 ETF는 'TIGER차이나CSI300'처럼 국내 자산운용사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ETF를 말한다. 해외 상장 ETF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CHINA AMC CSI 300 INDEX'처럼 해외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상품을 의미한다.
국내 투자자는 해외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때 국내 시장에 상장된 ETF를 거래하는 게 편리하다. 최근 증권사들이 거래수수료 무료 혜택을 주면서 거래에 드는 비용이 거의 없고 낮 시간에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 상장 ETF를 거래하려면 환전을 해야 하고 밤 시간(미국 주식 거래의 경우)에 거래수수료를 내면서 거래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그럼에도 해외 상장 ETF가 올해 국내 상장 해외형 ETF를 앞지른 이유는 세금 차이 때문이다. 국내 상장 ETF는 해외 펀드와 마찬가지로 가격 상승분에 대해서는 모두 배당소득세로 과세된다. 만약 1만원짜리 ETF가 2만원이 되었다면 1만원 상승분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를 내는 것이다. 반면 해외 상장 ETF는 양도소득세 22%로 과세된다. 세율로 따지면 배당소득세가 낮지만 해외 상장 ETF는 여러 종목에 투자할 때 손실이 난 종목과 이익이 난 종목을 모두 합한 종합 순이익에 대해서만 과세를 한다는 점이 손실을 감안하지 않고 이익은 모두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는 국내 상장 해외형 ETF와 다르다. 게다가 이익 2000만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최고 46.2%의
손영철 세무사는 "국내 상장 ETF와 해외 상장 ETF의 과세 불평등 때문에 투자 결정이 왜곡되는 결과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세금 역차별로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 거래가 증가하면 결국 해외 운용사들의 이익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