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증시는 시장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한 해를 보냈다. 리츠, 바이오주, 해외주식, 안전자산, 사이드카 등의 단어가 증권가에서 올해 나온 화제의 단어들이다. 23년 만에 인하된 증권거래세를 비롯해 전자증권제도 전면 시행, 코스피200 위클리 옵션 도입 등 제도적 변화도 이뤄졌다.
25일 한국거래소는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2019년 증권·파생상품시장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10대 뉴스 가운데 △공모리츠 열풍 △바이오주 급등락과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 발동 △KRX금시장과 국채·달러선물 거래량 사상최고치 경신 △미국 등 해외증권투자 급증 △코스피 장중 1900선 붕괴 △MSCI지수 한국비중 축소와 외국인 21일 연속 순매도 등 6개가 올해 전반적인 증시 흐름을 대표했다.
제도 변화와 유관 기관 정책과 관련해 △증권거래세 인하△전자증권제도 시행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방안 시행 △메릴린치증권 허수성주문 수탁 제재금 부과 등 4개 뉴스가 중요한 소식으로 선정됐다.
①공모리츠 열풍
저금리 현상이 이어지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얻기 위한 상장 리츠 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다. 지난 10월 30일 상장된 롯데리츠와 12월 5일 상장된 NH프라임리츠 공모주에 대한 일반투자자 청약증거금은 12조 5109억원에 달했다. 청약경쟁률도 롯데리츠는 63.28 대 1, NH프라임리츠가 317.62 대 1을 달성했다.
올해 상장리츠의 일평균거래대금도 약 64억원으로 작년 13억원 대비 4배 가량 늘었다. 특히 11월 이후 일평균거래대금은 175억원에 달해 롯데리츠 상장을 계기로 공모 리츠에 대한 관심이 전례 없이 뜨거워진 것으로 드러났다.
②바이오주 급등락 및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 발동
국내 증시 부진이 극심하던 지난 2~3분기 동안 코스닥 시장에서는 바이오 관련주가 테마였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대형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임상결과 소식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월 2일 신라젠 임상 3상시험 무용성 평가 결과에 따라 주가는 4거래일 간 68.1%나 떨어졌고, 이로 인해 바이오주 전반에 걸친 동반 약세장이 펼쳐졌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더불어 8월 5일 코스닥 지수가 무려 7.46%나 떨어지면서 3년여 만에 코스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6월 27~28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던 에이치엘비는 9월 30일부터 15거래일간 주가가 3배에 육박하게 뛰어올랐고, 헬릭스미스는 9월 23~30일간 주가가 60% 넘게 하락했지만, 10월 7~10일간 약 53% 반등하며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을 웃고 울리게 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식약처로부터 지난 5월 인보사케이주 품목허가취소 처분을 받으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2020년 10월 11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③KRX금시장 및 국채·달러선물 거래량 사상최고치 경신
국내 증시 부진과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내서도 안전자산 투자 열기가 불붙기도 했다. 지난 8월 13일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KRX금시장에서 2014년 3월 개설 이후 최고가인 1g당 6만1300원을 기록했다. 금 일평균거래량도 43.8kg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선물시장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21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고 달러선물시장 일평균 거래대금도 4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안전자산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다.
④국내투자자의 미국 등 해외증권투자 급증
올해 전반적으로 강달러 기조와 함께 미 연준의 금리인하, 미국 주식시장 강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과 채권에 대한 '직구'도 크게 늘었다. 올해 11월까지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결제된 미주지역 해외주식 대금은 277억 달러로 작년 대비 30.3% 늘었고, 해외주식 보관잔액도 140억 달러로 작년 보다 4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 채권 결제금액은 262억 달러로 작년보다 2배 가량 늘었고, 보관잔액은 290억 달러로 9.5% 증가했다.
⑤글로벌 'R의 공포'와 코스피 장중 1900선 붕괴
올해 8월 26일 미국 장단기 금리가 200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역전되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됐다. 당시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은 1.5391%, 10년물 수익률은 1.5351%으로 장기 금리가 더 낮아진 모습을 보였다.
앞선 8월 5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무역갈등이 격화되면서 8월 6일 코스피 지수가 3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 한때 1900선 밑으로 내려간 1891.81을 찍고 반등해 장을 마감했다.
⑥MSCI지수 한국비중 축소와 외국인 21일 연속 순매도
8월 1900선이 붕괴되며 고비를 지난 코스피는 재차 위기를 맞았다. 약 1.5조달러 규모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추종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털(MSCI) 신흥시장(EM) 지수에서 중국 A주 편입 비중이 지난해 5%에서 20%까지 늘면서 한국 비중이 줄어들었다. 지난 5월과 8월에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MSCI EM 지수 신규 편입에 따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각각 2조5000억원, 2조3000억원을 순매도한 바 있다.
11월 말 MSCI 한국 비중 축소를 전후해 11월 7일부터 12월 5일까지 외국인은 21거래일 연속 5조 706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순매도했다. 이는 4년 전 2015년 12월 2일부터 2016년 1월 5일까지 22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로 최장기간 순매도로 기록됐다.
⑦증권거래세 인하
다사다난했던 시장 환경에도 불구 증시 활성화와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졌다. 정부는 23년만에 증권거래세율을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시장, 장외거래(K-OTC) 시장에서 증권거래세율을 종전의 0.3%에서 0.25%로 인하했고, 코넥스 시장에선 종전 0.3%에서 0.1%로 내렸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주식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조정방안을 포함한 금융세제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⑧전자증권제도 시행
실물증권(종이주식) 발행 없이 전자적 방법으로 증권을 등록하는 전자증권제도가 지난 9월 16일부로 전면 시행됐다.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되면서 종이주식으로 인한 위변조 위험과 탈세 및 음성거래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게 됐다.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된 이후로 상장 주식과 회사채 등은 전자등록을 통해서만 발행·유통 가능하다. 비상장 주식과 회사채 등은 발행인 등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 전자증권으로 전환될 수 있다.
⑨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방안 시행
지난 5월 30일 금융위원회가 밝힌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에 따른 시행 조치들도 이어졌다. 12월 2일부터 기존에 일률적으로 정하던 개인투자자의 기본예탁금, 사전교육시간 등을 한국거래소가 최소시간만 정하고, 실제 적용 수준은 회원사가 투자자 개별 특성을 파악해 차등 적용하도록 했다.
투자 편의와 정교한 위험 관리를 위해 매주 목요일 만기가 도래하는 코스피200 위클리 옵션이 9월 23일 상장됐다. 또한, 국채선물 상품 간 스프레드 거래도 12월 2일부로 도입됐다.
⑩메릴린치증권 허수성주문 수탁 제재금 부과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도
메릴린치증권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외국계 헤지펀드로부터 430개 종목에 대해 6220회 허수성 주문을 수탁 받아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수성 주문은 알고리즘거래를 통해 대규모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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