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현대상선이 환경 규제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 1월 1일부터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발효하며 선박 연료유에 대한 황 함유량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낮췄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올해부터 적용하는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체 선박 80%에 탈황장치(스크러버)를 장착했다.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은 저유황유를 반드시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저유황유 가격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MO 2020 규제가 올해 시행되면서 저유황유 가격이 일시적으로 높아졌다"면서 "고유황유와 저유황유 가격이 벌어져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사가 유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 주가 랠리 배경에는 해운 경기가 상승 추세로 전환한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 발틱해운거래소가 집계하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최근 1년 사이 40%가량 상승했다. BDI는 철광석, 석탄 등과 같은 건화물(dry cargo) 시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경기선행지수 기능도 한다. 지난해 2월 BDI는 2016년 4월 이후 3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뒤로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15일로 예정된 1차 미·중 무역 합의를 앞두고 주가 하방 압력이 상당수 걷힌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경기 불확실성을 반영해 저평가된 '경기순환주(cyclical stock)'가 주목을 받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 봐도 현대상선에 대한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연말 배당 시즌이 지나면서 배당주에 쏠렸던 자금이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종목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현대상선은 최근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부채 비율이 지난 3분기 기준으로 858.31%에 달했지만 최근 400%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수요 측면에서 봐도 국내 유일한 원양 해운사라는 것만으로도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에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이사는 잇달아 자사주를 장내 매수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취임한 뒤 모두 11차례에 걸쳐 자사주 6만1627주를 사들였다. 특히 지난해 현대상선이 가입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또한 오는 4월부터 가동하는데, 올해 본격적인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 다만 2011년 시작한 국제 해운업계 '치킨게임'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은 위험 요소다. 세계 1위 머스크와 2위 MSC 또한 탈황유를 쓰겠다는
정 연구원은 "아직 현대상선의 본격적인 상승 전환은 논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