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발표된 정부의 전세대출 금지 후속 조치 이후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올해 이사를 계획하던 전세 수요자들, 9억원 초과 집을 보유한 소유자들, 전세를 놓고 있던 집주인들 모두 정부 대책 이후 자금 마련 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 특히 전세 시장을 둘러싸고 실수요자들은 "느닷없는 정책에 이사 계획이 틀어졌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0일 전에 전세 계약서를 쓰는 조건'으로 전세 매물을 알아보는 수요자가 몰리는 바람에 17일 중개업소 전화통은 불이 났다.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뉴스가 난 다음부터 부동산에 전세계약을 빨리 해달라는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한 번에 여러 명이 집을 보기 위해 오후에 팀을 꾸려서 전셋집을 보러 갈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에 서울 마포의 10억원가량 주택 매매 계약을 체결한 직장인 이 모씨(39)도 전세대출 금지 후속 발표 이후 머리가 복잡해졌다. 지난해 전세를 안고 집을 매수한 그는 오는 2월 매수한 집의 잔금을 치르고, 자신은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서 살 집을 마련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달 20일 전에 전세계약을 체결해서 전세대출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2월에 고가주택을 취득한 셈이기 때문에 2년 후에는 더 이상 전세대출이 연장되지 않는다. 그사이 돈을 모으지 못하면 자신이 산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월세를 전전해야 할 판이다. 이씨는 "이런 가이드라인이 나올 줄 알았으면 집을 안 샀을 것"이라고 했다.
12·16 부동산 대책까지 총 18번의 부동산 정책에 주택 매매·전세 수요자들은 "예측 불가능한 정부 정책이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과천 청약을 위해 이사한 실수요자들은 정부가 수도권 청약 1순위 요건으로 실거주 2년 조건을 추진하자 "날벼락을 맞았다"며 유예기간을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12·16 대책 발표 이후 15억원 이상인 강남·마포 주택으로 이사를 계획하던 사람들은 대출이 나오지 않아 이사 계획을 접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이선희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