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2·16 부동산 대책 중 시가 9억원 넘는 집이 있으면 보증부 전세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규제가 20일 시행된 가운데 한 은행 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이 금지되기 시작한 20일 서울 목동 현대2차 아파트에 사는 김 모씨(39)는 이날 인근 A은행 지점을 찾았다가 창구 직원에게 참았던 분통을 터트렸다. 인근 초등학교를 다니는 자녀가 내년에 졸업을 앞두고 있어 대치동 소재 중학교로 보낼 계획이었는데 거주 중인 아파트 가격이 갑자기 올라 은행 대출이 막히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은행에서 사적 보증을 통해 전세자금대출이 충분히 나오는 만큼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12·16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부동산 투기하는 사람들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같은 실수요자까지 막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김씨가 실거주 중인 100㎡ 아파트는 2015~2017년 상반기까지 6억원대에 머물러 있었다. 집값 잡기를 최우선 과제로 잡은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되레 집값이 상승하기 시작해 2018년 초 7억원을 넘더니 작년 6월에 8억원을 돌파했다. 2019년 8월 이후로는 9억원(KB 시세 기준)을 넘으면서 김씨는 고가 주택 보유자가 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고가 주택을 한 채 보유해도 SGI서울보증을 통한 사적 보증으로 전세자금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날부터 사적 보증마저 막히면서 김씨는 전세자금대출은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됐다.
학군 등 일부 사유가 예외로 인정됐지만 김씨는 이마저도 해당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자녀교육, 직장 이동, 요양·치료, 부모 봉양, 학교폭력 등 '실거주 목적'인 일부 사유를 예외로 인정했지만 김씨처럼 서울시 내에서 이동(양천구→강남구)하는 것은 실거주로 보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김씨는 "보유한 집을 팔 생각도 했지만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매수자가 사라졌다는 부동산 중개업소 얘기를 듣고 이마저도 접었다"고 전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인근 D은행에도 전세대출 연장 관련 문의가 집중됐는데, 헬리오시티에 전세로 거주하는 이 모씨(45)도 이 때문에 은행을 찾았다. 그는 다른 지역인 금천구 롯데캐슬골드파크 1차 아파트를 보유 중인데 KB 시세로 9억원을 넘으면서 어김없이 고가 주택 보유자라는 '딱지'가 붙어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씨는 "정부가 집값을 잡지 못해 헬리오시티 전세금도 1년 만에 2배 이상 뛰었다"며 "1년 뒤 계약 연장 시점에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할 게 뻔한데 금천구 집값이 올라 대출받을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학군 수요가 많은 대치동 C은행 지점도 평소보다 2~3배 많은 고객 문의와 불만이 쏟아져 직원들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곳을 찾은 김 모씨(57)는 자신을 대치동 세입자라고 소개한 후 "12·16 대책 이후 집주인이 갑자기 들어오겠다고 해서 돈을 어떻게 구할지를 상의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며 "현재 보유한 집이 15억원을 넘어서 신규 전세자금대출이 금지돼 막막하다"고 말했다.
12·16 대책에 따라 신용대출이 당분간
[문일호 기자 / 정주원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