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걸린 주총 ◆
시행령과 규정을 동원한 정부의 주총 내실화 정책에 대해 상장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3월 주총을 앞두고 한 달 새 정부 정책을 따라가는 게 버겁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28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년에 지급한 임원 보수 총액 정보와 임원 후보자 세부 경력 사항, 사외이사 직무수행계획서, 이사회의 임원 추천 사유 등을 주총 전 주주에게 제공하는 내용의 증발공 개정안이 2월 1일 시행된다"고 밝혔다.
또 증발공 개정안은 임원 선임 시 제공되는 서류 내용이 사실과 일치한다는 후보자 확인·서명도 의무화했다.
증발공 개정은 주총 내실화와 사외이사 임기 제한을 포함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과도 연계된 정책이다. 상법 시행령 개정안도 다음달에 시행할 예정이다. 시행령은 주총 내실화 차원에서 이사·감사 후보자에 대한 정보 공개를 강화했다. 회사는 주총 소집 시 임원 후보자의 체납 처분 사실과 부실 기업 임원으로 재직했는지 여부 등을 공시해야 한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2019개사 중 1972개사(97.7%)가 1% 미만 주주에 대한 주총 소집 통지를 공시로 갈음하도록 정관에 규정하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는 사외이사 후보자가 직접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작성 근거와 사후 책임 관련 내용이 불명확한 후보자의 직무수행계획서 공시 의무는 사외이사의 소극적 업무 수행을 야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사외이사 특성상 주총에서 선임되기 이전엔 향후 수행할 직무를 모두 인지해 계획서를 작성할 수 없다"며 "계획서상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이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외이사 스스로 직무 범위를 최소한으로 설정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상법 시행령에서도 사외이사 자격 요건을 까다롭게 했다. 2월 시행되는 상법 시행령에 따르면 올해부터 상장사에서 6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재직했거나 계열 회사까지 더해 9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재직한 자는 더 이상 같은 회사 사외이사를 맡을 수 없게 된다. 사외이사 재직 연한 규정은 올해 주총에서 선임하는 사외이사부터 적용된다. 또한 상장회사 계열사에서 최근 2년 이내에 상무(常務)에 종사한 이사·집행임원·감사 등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는데, 2월부터 2년이 3년으로 늘어난다.
현재 사외이사는 주총 소집 결의 시 사외이사 자격요건적격확인서를, 회사는 정기 주총 결과 공시 시 사외이사 자격요건확인서를 제출하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임원 공시 의무 강화로 회사가 선임해야 할 임원 자격이 더욱 제한됐다"며 "이른바 '옥죄기 규제'로, 기업별 특성과 임원 후보자 인력난 등을 고려해 유예기간과 제도적 인센티브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증발공 개정안엔 감사 관련 논의 사항 공시와 근로자 현황 공시 신설도 포함됐다. 두 규정 시행 시기는 올해 제출하는 사업보고서부터다. 2019 사업연도 12월 결산법인의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은 3월 30일까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부 감사기구와 외부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간 주요 논의 사항도 사업보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아울러 파견직 등 소속 외 근로자 현황도 사업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했다. 기업의 공시 부담을 고려해 공시 대상은 300인 이상 고용 기업으로 한정한다. 분·반기보고서에 공시할 의무는 면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에 정규직 채용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소속 외 근로자 현황을 공개하도록 했다"며 "연중 상시 감사를 유도하기 위해 주요 회계 이슈와 관련된 내부 감사기구와 외부 감사인 간 논의
이에 대해 상장회사협의회 측은 "주요 회계 정보엔 기업 내부 정보 등이 담길 수 있다"며 "해당 정보에 대한 회사 감사(또는 감사위원)와 외부 회계 감사인의 면담 내용을 공시하도록 하면 기업의 중요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정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