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 위에 금감원 ◆
금융감독원이 임직원 제재, 기관 제재 등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면서 금융회사들이 궁지로 내몰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은행에 대한 검사에서 하나은행 검사 당시 '검사 방해' 논란이 대표적이다.
DLF 판매와 관련해 문제가 불거지기 전 하나은행은 판매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점검하는 내부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은 DLF를 판매할 때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는 판매 건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자체적으로 조사했다.
문제는 하나은행 직원이 조사 후 관련 파일을 삭제하면서 시작됐다. DLF 논란이 불거진 뒤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에 나섰고, 관련 문서의 존재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 직원 컴퓨터에서 파일이 삭제됐지만 인쇄된 문서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었고, 은행 서버에도 파일이 남아 있었다는 게 당시 하나은행 측 해명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를 '검사 방해'로 규정하고 대대적으로 조사했다. 지성규 하나은행 은행장이 삭제를 지시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에서 행장을 중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일화도 있다.
심지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하나은행이 파일 삭제로 검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을 공표해 은행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억울하지만 말하면 금감원에 찍힐 수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당시 하나은행 내부 반응이었다.
결국 금감원은 '파일 삭제는 최고경영자(CEO)의 지시'란 증거를 찾기 위해 은행을 샅샅이 뒤졌지만 증거는 없었다. "확실한 근거 없이 징계는 안 된다"는 지적에 금감원은 행장과 관련 임직원에 대해 경징계로 수위를 낮춰 사전통지문을 보냈다. 이후 열린 금감원 제재심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징계 수위가 '주의'로 한 단계 더 내려갔다.
금융권에서는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 조정 건도 금감원의 '무리한 요구'란 비판이 제기된다. 대법원 판결까지 끝난 사안이라는 판단에 금융위원회가 금감원의 '드라이브'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금감원이 키코 분쟁 조정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키코와 관련해 두 은행만이 입장을 정리했다. 이사회에서 배상을 결정한 우리은행과 자율조정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하나은행이다. 두 은행 모두 DLF 제재로 궁지에 몰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머지 은행들은 '배임' 논란에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자율조정협의체란 해법도 은행들이 참여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 좌초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직원들이 금융회사들에 '갑질'을 했다가 문제가 됐던 사례도 적지 않다.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하면서 피감기관에 주변 맛집 리스트와
[이승훈 기자 /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