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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만나 온 CEO들과 달랐습니다. 흔히 비즈니스 세계에서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으며 단련된 CEO 특유의 분위기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CEO라면 모름지기’라는 어떤 고정관념으로 판단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묘한 당당함과 여느 CEO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었고, 그것이 그만의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습니다. 경영자라기보다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개성 넘치는 느낌은 호기심을 절로 일게 했습니다. 바로 ㈜부즈 김부경 대표의 첫인상에 대한 감상입니다.
하지만 그를 그렇게 단순하게 단정 짓기도 어려웠습니다. 김부경 대표는 엄연히 15년차의 사업가로서 5,000억 원이 넘는 소매 매출에 로열티 수입만 150억 원을 올린 한 기업의 CEO였습니다. 그것도 캐릭터 사업으로 말입니다. 이 궁금증이 조금씩 해결되기 시작한 것은 뒤이어 등장한 김유경 사장 덕분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한 살 터울의 형제지간으로, 동생인 김유경 사장은 김부경 대표의 창작물을 사업으로 아우르며 기획하고 마케팅을 하는 살림꾼이라 했습니다.
김부경, 김유경 형제는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캐릭터 산업에 뛰어들어 ‘뿌까’라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그것을 전 세계 150여개국에 수출시키고 있습니다. 자유분방한 사고와 풍부한 상상력을 갖춘 형제 CEO가 ‘뿌까’를 탄생시킨 후 세계적인 캐릭터로 키워내기까지.. 그 이야기를 MBN 정완진의 'The CEO' 제작진이 만나보았습니다.
- 인 터 뷰 -
Q. 형제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김부경 대표: 장난감 대신, 보이는 온갖 공간에 낙서를 하면서 하루를 보냈어요. 공책, 달력, 심지어 집 안의 벽지까지 도처의 모든 곳이 저의 스케치북이었죠.
김유경 대표: 그런 형의 영향으로 저도 그림을 그리면서 놀았어요. 부모님도 그런 저와 형을 야단치시기는커녕 그림에 재능이 있다며 저희들을 오히려 격려해주셨죠. 주로 만화에나 나올 법한 로봇, 괴물 같은 것들을 그리면서 놀았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애니메이션 산업이 발전한 일본, 미국, 유럽 등의 애니메이션도 섭렵할 정도였습니다.
Q. 그림을 그리면 어떤 점이 좋나요?
김부경 대표: 상상 속의 존재를 종이 위에 구현해낼 때면 마치 하나의 생명을 탄생시킨 것 같은 뿌듯함이 일었어요. 그 벅차오르는 희열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런 느낌들이 저를 그림 속에 빠져 살게 했던 것 같습니다. ‘뿌까’도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캐릭터고요.
Q. 그렇게 그림에만 몰두하다 보면.. 그림 실력이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겠군요?
김유경 대표 : 저희가 학창 시절을 보낸 대구에서 형은 유명인사였습니다.(웃음) 학교 축제 때 시화전을 하면 형의 그림을 보기 위해 다른 학교 학생들도 몰려오곤 했죠. 얼굴은 몰라도 그림하면 ‘김부경’, 또 ‘김부경’하면 그림이 딱 떠오를 정도였어요.
김부경 대표 : 제가 좋아서 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점점 늘었던 것 같아요. (웃음)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림 그리는 것도 그렇고, 현재의 사업도 그렇고 즐기면서 하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Q. 그렇다면 캐릭터 사업에 도전해보자, 결심하게 된 계기는?
김부경 대표 : 제 적성을 살릴 수 있고, 제가 즐길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은 불모지와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해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을 평소에 꾸준히 접하면서 캐릭터 하나로부터 파생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간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발전하지 않을까 싶었죠. 당시 해외만 보더라도 캐릭터가 적용 가능한 분야가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가방이나 액세서리 등으로 상품화가 가능하더라고요. 시장의 가능성을 미리 엿보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정말 행복한 일이잖아요?
Q. 그럼 동생 김유경 대표에게 사업을 제안한 까닭은?
김부경 대표: 가장 서로를 잘 알잖아요. 또 동생도 디자인을 전공했고요.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못할 게 없다 싶었죠.
Q. 사업, 경험 없이 처음부터 쉽지 않았을 텐데?
김부경 대표 : 네, 그래서 조직이나 실무를 배우기 위해 작은 회사에 먼저 들어갔어요. 팬시문구 회사, 애니메이션 회사 등 캐릭터와 관련된 일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옮겨 다니며 경험을 쌓았죠. 그렇게 약 2년 정도 다닌 후, 사업을 시작한 겁니다.
김유경 대표 : 사업 경험은 없었지만, 당시 저도 미술학과를 졸업 후 광고 회사에 다니며 마케팅에 대한 것을 배우고 있었고 형과 함께라면 무엇을 하더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경험은 없었지만 자신 있게 뛰어들었습니다.
Q. 뿌까의 탄생 과정은?
김유경 대표 : 캐릭터 개발을 하면서 먼저 인기가 많은 해외 캐릭터들을 조사했습니다. 어떤 특징과 장, 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본 끝에 해외의 인기 캐릭터들은 모두 동물이거나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캐릭터를 동물이 아닌 사람으로, 그리고 10대와 20대를 타깃으로 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보자고 차별화 전략을 세웠습니다.
김부경 대표 :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뿌까’입니다. 보통 여자 캐릭터라고 하면 공주 이미지를 생각하는데, 저희는 여기에서도 철저히 차별화를 시켰죠. 쌍꺼풀이 없는 눈에 동양적이면서도, 조금은 못 생겨도 매력 있는 얼굴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구상에 돌입했습니다. 또 캐릭터에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에서도 고민이 많았는데요. 보통 연애하면 남자가 주도하는 걸 많이 상상하는데, 저는 이와 반대로 여자가 더 적극적인 연애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죠. 그날 이후로 약 1년 동안 ‘뿌까’, 그리고 ‘가루’의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습니다.
Q. 그렇게 탄생된 뿌까, 시장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김부경 대표: 당시 인터넷 열풍을 타고 ‘e카드’라는 걸 만들어서 인터넷에 배포했는데, 인기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저희가 타깃으로 한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그렇게 캐릭터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핸드폰 액세서리나 인형 등으로 상품화를 시키자는 제안까지 들어왔습니다. 정말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죠.
김유경 대표: 또, 추후에 디즈니사에서 투자배급을 해서 TV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졌습니다. 디즈니사에서 투자 배급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저희가 최초였습니다. 굉장히 의미 있는.. 뿌듯한 일입니다.
Q. 사업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김유경 대표 : 우리나라는 유행이 빨리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캐릭터의 수명이 짧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사람들에게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때로는 힘들이 들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일을 더 발전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잖아요. 그런 어려움은... 한편으로 생각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Q. 세계 시장에도 진출하셨는데요. 해외로 나가보자고 결심한 계기는?
김부경 대표 : 일단 해외로 눈을 돌린 까닭은 외국 시장은 캐릭터 산업이 잘 발달한 곳이니 사업 기회가 많을 것이란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렇게 국제 캐릭터 박람회를 다니면서 저희 ‘뿌까’ 캐릭터를 알리기 시작했죠.
Q. 해외 반응이 우리나라보다 더 폭발적이라고 하던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요?
김유경 대표 : 때마침 저희에게 제안을 해온 곳이 바로 홍콩 바이어 측이었습니다. 뿌까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면서 함께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저희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기회였으니까요. 해외 진출 방식은 저희가 뿌까의 이미지를 제공하면 마케팅과 영업은 외국의 파트너사들이 하는 식이었습니다. 각자 역할을 하면서 시너지를 가장 잘 낼 수 있는 구조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런칭한 홍콩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유럽에도 진출하게 됐고요.
Q. 뿌까의 인기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부경 대표 : 특이하고 매력적이잖아요.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김유경 대표 : 아시아권 여성들은 적극적인 뿌까의 모습에 대리 만족을, 또 유럽이나 북미, 남미의 여성들에게는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뿌까에게 동질감을 느껴서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Q.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김부경 대표 : 캐릭터 사업은 트렌드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예전에는 팬시가 주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그것만 생각할 순 없어요. 애니메이션, 또 현재는 다양화된 미디어의 형태에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디즈니랜드처럼 뿌까랜드를 만드는 것도 꿈이고요. ‘뿌까아빠’라고 불리는 만큼 ‘뿌까’를 100년 가는 브랜드로 키워내는 것도 제 목표입니다. 캐릭터를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일을 넘어서,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의 선두주자로서 느끼는 사명감이 남다릅니다.
김유경 대표 : 또 제 2의 ‘뿌까 열풍’을 재연하기 위해 다른 캐릭터를 만드는데도 노력하고
이렇듯 형제의 도전은 현재도 진행형이고, 멈춤이 없습니다. 일시정지도 없습니다. 과연 대구 사나이 김부경, 김유경 형제의 또 다른 도전은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까요? 세계를 놀라게 할 ‘형제의 난’을 한 번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