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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창업. 보통 창업에 대해 생각하길,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를 특화시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EMW 류병훈 대표는 ‘일단 한 번 도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류병훈 대표는 제조업을 전혀 모르던 30대, 무작정 제조업에 뛰어들어 밑바닥부터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지식도, 기술도, 자본도, 인맥도 없던 그가 2013년 현재는 휴대폰용 안테나 제조업체로서 입지를 단단히 굳히고 있는 코스닥 상장 기업의 CEO로 우뚝 섰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외 출원한 특허만 해도 무려 737건, 등록건수는 263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맨손으로 시작해 어떻게 코스닥 상장 기업의 CEO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MBN '정완진의 The CEO' 제작진이 직접 그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입니다.
Q.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다르다고 하잖아요. 대표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아주 내성적인 성격이었습니다. 집이 워낙 가난해서 정말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항상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죠. 오죽하면 제 어릴 적 꿈이 ‘부자가 되는 것’이었겠습니까. 지금 생각하면 제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열정, 에너지, 활기참 등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고등학생 무렵엔 내성적인 성격을 떨쳐내고자, 집 근처 관악산을 새벽마다 올랐어요. 정상에 올라가서 혼자 크~게 소리를 질렀죠. 부자가 되겠다, 부자가 되고 싶다! 이렇게요. 그렇게 반복하다보니, 자신감도 생겼어요. 점차 그렇게 저 자신을 스스로 변화시켜 나갔습니다. 그게 어떻게 보면 제 인생의 첫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Q. 젊은 시절에는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20대엔 정말 많은 사업을 했습니다. 나열하기도 벅차죠. 비디오·영상 사업, 녹즙기 제조, 국수기 제조 등등..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결혼한 후에 든 생각이 ‘제조업’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서른 살 무렵 아들이 태어났는데, 아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려면 적어도 국가 기간산업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당시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 열정만 있었지, 실제로 제조업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상태였죠. 그래서 용기를 내서 삼성전자 협력업체에 무작정 찾아갔어요. 월급 안줘도 좋으니 일하게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사장이 저의 용기와 패기를 높게 평가했는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덕분에 제조업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외주, 자재 관리부터 영업까지 정말 악착같이 배웠습니다.
Q. 그 이후 독립해서 사업을 하신 건가요?
네. 여러 가지 일을 했는데, 처음부터 ‘안테나’를 했던 건 아닙니다. 자동차 원격시동기 사업 이야기부터 해야 하는데... 1990년대 초 자동차 원격시동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원격시동기를 제조하기 위해선 안테나를 납품받아야 하는데, 안테나 제조업체에서 납품을 안 해주는 거예요. 거래량이 너무 작다는 이유로 말이죠. 막 시작하는 기업이니 거래량이 많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책을 보면서 만들었는데, 웬걸! 성능이 괜찮은 안테나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때부터 자동차 원격시동기 사업과 안테나 사업을 병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우연히 시작한 거죠.
Q. 그렇다면 안테나 사업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자동차 원격시동기 사업이 망하게 된 것이 원인이었어요. 사업은 잘 되고 있었는데, 사기를 당한 게 문제였습니다. 억대 계약을 맺고 납품을 했는데, 받은 어음이 부도가 나버린 거예요. 황당해서 계약한 업체에 찾아가보니 폐업을 했더라고요. 사무실은 텅 비어있고요. 물건만 받고, 폐업하고 도망가 버린 거죠. 알고 보니 전과 11범, 13범의 사기꾼 집단이었어요. 정상적인 회사가 아니라... 그 전까지 힘든 일이 있어도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극복했었는데, 그때는 정말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것도 못 버티면 내가 어떻게 하겠냐... 버텨야 산다, 이 위기를 버텨야 창창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때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해준 것이 ‘안테나’였습니다. 그 와중에 계속해서 안테나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거든요. 제가 만든 안테나가 기존 업체들 것보다 싸고 품질도 훨씬 좋다는 것이었죠. 그때부터 아예 안테나 쪽으로 사업을 집중하게 된 겁니다. 특히 휴대폰 시장 규모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휴대폰 안테나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거고요.
Q. 세계 최초로 특허도 획득하셨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했던 거죠?
제가 어디 한 군데 빠져들면 정말 쏙 빠져드는 성격인데, 안테나에 흥미를 느끼자마자 곧바로 특허청에 가서 그 날부터 20년 전까지의 모든 특허와 실용신안을 다 복사했어요. 그랬더니 쇼핑백 20개 정도 분량이 나오더군요. 그걸 두 달 동안 다 읽어봤어요. 그랬더니 웃기는 게, 우리나라 특허 가운데 정말 특허다운 특허는 거의 없고,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출원한 특허가 대부분이더라고요. 한동안 안테나를 군사용 기술로 간주해 민간 기업에 이전하지 않아서 한국은 기술 선진국에 비해 20년 가까이 기술력이 뒤져 있었던 겁니다. 그 속에서 사업 기회를 엿봤어요. 제가 빨리 이 시장을 선점해야겠구나 싶었죠. 그리고 수소문 끝에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안테나 연구를 하고 있던 석사 한 명을 소개 받아 안테나에 대해 함께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분이 현재 EMW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성원모 연구소장인데, 함께 2년 정도 정말 미친듯이 연구를 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았고, 성원모 소장은 제 아이디어를 실제적으로 구현시켜줬죠. 그렇게 2년을 연구하다가 기존의 주파수 대역폭을 2~3배 확장하는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Q. 코스닥에도 상장하셨던데요?
원천기술을 확보한 뒤에는 승승장구였습니다. 없어서 못 팔 정도였죠.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당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던 통신방식인 CDMA 방식과 GSM 방식 모두에 적용 가능한 안테나를 만들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외 유수의 휴대폰 제조업체에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더니 2005년 무렵엔 매출액 350억 원을 기록했고, 코스닥 시장에도 상장할 수 있었습니다.
Q. 특허와 실용신안도 굉장히 많이 가지고 계시던데, 기술 욕심이 굉장히 많으신가봐요?
네. 저의 첫 번째 원칙은 자체 기술력을 내재화하지 않은 제품은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사내 직무발명 보상제’라고 해서 특허와 실용신안 출원을 직원들에게 장려하고 해외 학회지에도 매년 논문을 발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현재 국내외 출원한 특허가 무려 737건, 등록건수는 263건에 달합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연구 개발에는 매출의 10% 이상을 꾸준히 투자할 겁니다.
Q. 소재사업에도 진출하셨던데?
휴대폰 시장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안테나의 판매가마저 인하되면서 수익성에 조금씩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산업,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주목한 것이 ‘소재 산업’인데요. 소재는 안테나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전기·전자 부품으로도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게다가 이익률도 높다는 장점도 있고요. 미래 성장 산업으로 투자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었죠. 그때부터 ‘페라이트’라는 소재를 연구, 개발하기 시작했고 현재 스마트폰 안테나에 적용되어 있습니다. 통신을 더욱 원활하게 해주는 소재로 개발했어요. 여기에만 무려 5년이 넘는 연구 기간이 걸렸죠. 내년부터는 페라이트 소재를 활용해 노트북, 데스크탑, TV 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양산도 본격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사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Q. 그런데 또 요즘 스마트폰을 보면 안테나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예전에는 안테나가 거추장스럽게 툭 튀어나와 있었는데 말이죠.
초기 휴대폰 모델이 유행하던 시절에는 안테나가 바깥으로 나와 있었죠. 안테나는 통화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꼭 휴대폰에 탑재되어 있어야 하지만, 디자인 측면에서는 제약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동안 안테나를 내재화 및 초형화 시키는 데 연구를 집중해왔습니다. 최근에 연구 중인 소재 같은 경우에는 소재 자체가 안테나가 되기도 하죠. 그래서 현재 스마트폰에는 과거와 같이 툭 튀어나온 안테나는 보이지 않는 겁니다. 안테나 기술이 휴대폰 디자인을 더 좋게, 아름답게 만들었다고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Q. 최근에는 무선 CCTV 시장까지 진출하셨던데,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무선 CCTV 시장은 기존의 안테나 기술을 응용해 완제품 분야에 진출한 케이스입니다. 지금까지는 CCTV 설치와 관리가 전문가들에 의해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CCTV를 구매하고 관리하는 시대가 올 거예요. 일반 가정, 소규모 상점, 편의점, 레스토랑 등이 그 수요처가 될 거고요. 당장의 매출보다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사업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반응이 오고 있어요. 현재 전 세계 45개국 180개 업체에서 약 10만 달러 상당의 샘플 제품을 요청받은 상태입니다. 이르면 12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게 되는데, 내년엔 유럽, 북미, 중동 등을 중심으로 수출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안테나, 소재, 완제품이라는 세 가지 큰 축을 가지고 회사를 더 크게 성장시킬 생각입니다.
Q. 어릴 적 부자가 꿈이셨던 대표님. 앞으로의 꿈은?
살아보니 돈이 최고가 아니더라고요. 1차적으로는 우리 직원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 다음엔 우리 직원들과 그 가족들까지 전부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행복한 직장을 만들고 싶고, 그러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제가 더 노력해야죠. 행복과 웃음이 가득한 인생,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게 제 소망이고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