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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에서 회고전 '내가 너였을 때'를 여는 작가 이수경(53)이 깨진 도자기 파편을 금박으로 이어 만든 '번역된 도자기' 작품 사이를 걸어가며 말문을 열었다.
"쓸모가 다해 버려진 것들, 도공들이 완성품으로 인정하지 않아 깨부순 것이 파편이죠. 파편은 제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온전한 덩어리는 개입할 틈이 없지만 파편들은 부담이 없고, 그것과 대화를 잘 하면 이끌어지는 게 있어요.”
작가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작품 앞에 선 그는 "기억이나 경험도 사실 파편처럼 조각나 있지 않느냐”며 "그것들을 잇다 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힘이 생긴다”고 했다.
미술관에는 그의 대표 조각 뿐만 아니라 3D 프린트로 출력한 조각 '모두 잠든', 붉은색 안료인 경면주사로 그린 주술적인 회화 '불꽃', 신작 '전생퇴행그림' 등 250여점이 펼쳐져 있다. 조각과 회화 영상 설치 등 장르가 다양하다.
작가로서는 생애 최대 규모의 전시다.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회화인 '전생퇴행그림' 30여점 역시 무의식의 기억을 퍼즐처럼 맞춘 작품이다. 아프리카 흑인 남자의 배에선 내장이 흘러나오고 장미 꽃밭에서 놀던 사슴은 맹수의 공격에 피를 흘린다. 그는 사슴이나 곰이 되기도 하고, 남자나 나무, 도인이 되기도 한다. 작가가 지난해 1월부터 한 달에 한번 전문 최면술사의 최면을 통해 전생을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린 것이다. "전생을 믿지는 않지만 내 무의식 속에 있는 욕망과 두려움의 주소가 어디에 있는지 예술가로서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미술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니까요. 결과적으로 내 상처와 욕망을 가장 용감하게 보여준 전시가 됐어요.”
도자기 조각으로 유명한 그지만 서울대에서 회화(서양화)를 전공한 그다.
"어릴 때는 일부러 강하게 보이려 하고 세상에 가리키려고 한 게 많았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내가 나약하고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돼요. 그런데 무의식 밑바닥으로 가보니 거기에는 더 많은 억압과 오해와 왜곡, 두려움이 있었어요. 결국 자유가 없더군요.”
그래서 그는 배움과 자기 성찰,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시명 '내가 너를 만났
[대구 =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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