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대학로 소극장 경영이 힘들다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예산은 짚고 갈 수 밖에 없는 문제다. 극장은 보통 250석 이상이 돼야 제작과 연출, 캐스팅 등의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100석 남짓한 소극장은 만석이라도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내년 폐관 결정을 내린 대학로 창고극장(이하 창고극장) 역시 마찬가지다. 1975년 개관해, 대학로 소극장의 역사를 담고 있는 창고극장은 많은 이들에게 추억을 남긴 채 쓸쓸하게 대학로를 떠나게 됐다.
지난 2004년 서울시는 대학로 일대를 문화지구로 지정했다. 덕분에 대학로는 예술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곳으로 몸집을 키울 수 있었지만, 동시에 물가도 천정부지도 뛰어올랐다. 이는 결국 대학로 소극장을 내모는 결과를 낳았다.
정대경 대표(이하 정 대표)는 “서울시에서 지정해 준 의미(연극을 지원해주고 문화 예술을 성장하게 한)는 알겠지만, 서울시도 그 만큼 마음을 표현해야하지 않은가”라고 토로했다.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된 후, 대학로 극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가시화 됐을 뿐 원래 계획했던 연극과 문화의 보존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대학로를 문화지구로서 지정했지만, 대학로 소극장이 실질적으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보존할지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연극, 이미 소비제가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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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극에는 분명 사회적 기능이 있다. 연극은 철학처럼, 삶의 중요한 한 부분 아닌가. 기초적인 소양인 셈”이라며 “하지만 최근 관객들에게 연극은 소비제가 됐다. ‘작품이 좋아?’가 아닌 ‘작품이 재밌어?’라고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인식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술도 디지털을 이용하고, 책도 종이가 아닌 e-북으로 보게 됐다”며 “연극은 더 없이 아날로그적인 프로세스인 작품이다. 복제도 불가능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로에 연극을 보는 관객들은 흥미와 볼거리 위주의 상업적인 작품으로 눈을 돌리게 됐으며, TV에서 보던 가수나 스타들이 서는 무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연극을 마라톤의 육상에 비유했다. 올림픽의 정신이 마라톤인 것처럼, 연극은 공연예술의 기본이며 곧 정신이라는 설명이다. 대학로 곳곳에 붙여진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문구가 곧 이를 의미하고 있다.
정 대표는 “상업화된 공연은 대기업도 관객들이 좋아한다. 그것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발전을 해야 하고 따라가야 할 부분”이라며 “다만, 쓸 돌이 없어서 석기시대를 뛰어넘은 게 아닌 것처럼 변화는 분명 받아 들이 돼, 비중과 기호가 달라지더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초 예술로서의 연극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가치 있는 장소를 훼손, 멸실하지 않고 후손에게 전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지원 문제를 결정하는 문화부, ‘좋은 작품’을 평가하지 않는다”
문화를 즐기는 방법이나, 성향은 분명 시간이 흐르면서 바뀔 수밖에 없다. 분명 성장통을 피할 수 없으며, 소실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민간소극장의 공공성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로 취급 당한다”고 말했다.
현재 문화예술위원회, 서울시 등에서는 대관료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관료의 약 80% 이상은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지원을 받는다면, 대관료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민간소극장은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지원 문제를 결정하는 문화부에서, ‘좋은 작품’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단순하게 체감 상 느껴지는, 예술이 아닌 흥미위주의 공연이 지원 선택의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대부분의 관객들이 작품이 아닌 배우를 보러가게 되지 않나. 정책은 정책대로 움직이고, 순수 예술인들은 연극하기 힘들어질 뿐이다. 철학을 하게 해주려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않는가. 당장 눈앞에 것만 채우면서 어떻게 문화예술의 역사를 이루나”라고 개탄했다.
정 대표는 “대학로 소극장은 배우들이 순수예술을 다질 수 있는 그릇이다. 그 소극장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은, 곧 문화를 담은 그릇이 깨지고 없어진 꼴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