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모 카차리 베니치아 시장님. 만약 마지막 남은 국가관을 한국에 준다면 남북이 통일될 경우 남북 공동 첫 전시를 할 수 있을 겁니다.”
1993년 독일관 대표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백남준(1932~2006)은 이듬해 베니치아 시장에게 간곡한 편지를 쓴다. 당시 중국 등 6개국이 이미 국가관을 신청한 상태였다. 한국관 유치 가능성이 희박한 때 백남준의 편지 한통이 시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1995년 27번째로 독립된 국가관을 한국이 유치하게 된 배경이다.
올해 이 한국관이 20주기를 맞이했다. 커미셔너 이숙경과 문경원·전준호 2명이 한 팀으로 참여한 한국관 전시는 한국관의 건축 특징과 역사, 미래를 완성도 있게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7개의 비디오 채널 작품 ‘축지법과 비행술’은 오쿠이 엔위저가 제시한 ‘모든 세계의 미래’라는 큰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미래의 사이보그처럼 분장한 배우 임수정은 영상에서 눈을 뜨고 물을 마시고 실내에서 뛰는 행위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영상은 하루살이처럼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미래 혹은 실험실처럼 보이는 백색의 공간에서 펼쳐보인다. 그러다 시스템상 오류가 발생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현재를 자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주제를 기술적인 혁신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관은 유리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이 유리벽이 원통 형태다. 그런데 문경원과 전준호는 총 7개의 비디오 채널 중 2개를 외벽에 LED 영상으로 선보였다. 가운데가 곡면처럼 들어가 있는 것은 TV로도 시판돼 있을 정도지만 가운데가 볼록렌즈처럼 나와 있는 것에 영상을 입히는 것은 쉽지 않은 시도다.
이를 위해 작가팀은 한국의 한 중소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이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바깥의 풍경이 다소 스며드는 비교적 밝은 실내에서도 프로젝터와 모니터를 이용해 선명한 영상을 선보였다. 이숙경 큐레이터는 “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도 5일(현지시간) 한국관을 찾아 “영상이 매우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베네치아 = 이향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