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마당놀이가 작년 12월부터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2010년 이후 제작이 중단되며 장르가 사장될 뻔했지만 국립극장 기획 공연 ‘심청이 온다’로 다시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된 것.
그러나 이에 대한 호응은 예전 같진 않았다. 티켓 판매율은 높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젊은 관객 층들의 인식은 여전히 ‘효도상품’ 혹은 ‘전통적인 내용만 담는 장르’라는 것에서 멈춰 있었다. 34년 유구한 역사에도 제작 중단 위기를 맞았던 마당놀이, 우여곡절 끝에 기사회생한 시점에서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젊은 층 수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면에서 젊은 피들이 모여 만든 극단 걸판의 새로운 시도는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마당놀이 형식에 다양한 얘기를 넣어 눈길을 끌었다. 현재 2015 구미아시아연극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늙은 소년들의 왕국’은 셰익스피어 비극 속 인물인 리어왕과 돈키호테가 서울역에서 만나 세상 사는 얘기를 논하는 기상천외한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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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극단 걸판 제공 |
오세혁 연출은 “1980년대 시대가 어지러울 때 사람이 많이 모인 거리에서 연극으로 비판하는 마당놀이가 큰 인기를 얻었다. 어찌보면 마당놀이는 시대와 호흡하는 연극 운동에서 시초한 셈인데 나는 이를 이어가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대학로가 서구 양식을 많이 차용하면서 마당놀이도 형식적인 틀에 갇힌 부분이 없지않아 있다. 세상 의미 있는 얘기를 쉽게 털어놓으면서도 재미를 줘야 통쾌한 맛이 있는데, 관객들과 소통하는 포맷으로만 승부수를 던지니 그런 게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극단은 두가지 목표가 있다. 가장 의미 있는 얘기를 가장 재밌게 하자, 그리고 공연이 필요한 어디라도 달려가자는 점이다”며 “웃기기만 한 공연이 아니라 시대적 메시지를 담는 게 마당놀이의 중요한 생명력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걸판은 기존 마당놀이와 젼혀 다른 색을 보여준다. 탈춤, 풍물 양식에서 벗어나 슬랩스틱, 방송 패러디 등 다양한 요소로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내용도 한국 고전에 제한하지 않아 소재에 자유를 줬다.
한 연극계 관계자는 “요즘 들어 소규모 극단에서 마당놀이 형식을 차용해 실험적은 시도를 많이 한다. 관객들이 외면하는 현실은 아쉽지만 마당놀이의 먼 미래를 위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며 “물론 이에 대해 ‘정통 마당놀이가 아니다’는 비판을 하는 보수적 진영도 있지만,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야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평가했다.
하마터면 수장될 뻔한 소중한 장르, 마당놀이. 연극계 곳곳에서 이런 신선한 시도들이 계속 이어진다면 ‘효도 상품’이란 공연의 오명을 어느 정도 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연극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낸 마당놀이가 어디를 향해 달려야 할지 한번 쯤 생각해 볼 일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