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박보영(25)이 호러 영화 ‘경성학교’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다. 통통한 볼살과 둥그런 반달눈을 가진 그가 음산한 역할을 맡은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다. 18일 개봉하는 ‘경성학교’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박보영을 만날 수 있다. 158㎝의 작은 체구로 제 키를 넘는 문짝을 집어 던지고, 눈에 핏발인 선 채 절규하며 한 손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이 영화에서 박보영의 귀여운 매력을 기대했다가는 크게 실망하게 된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영은 “캐릭터의 깊은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한계를 많이 느꼈다. (이해영)감독님이 중요한 장면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을 보고 싶다’는 주문을 하셔서 정말 고민이 컸다. 연기의 어려움을 느낀 작품”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인 1938년 경성의 한 여학교 기숙사에서 여학생들이 하나둘씩 약물 실험에 동원된다. 폐병을 앓는 전학생 주란은 친구들이 사라지는 것에 의문을 품고 학교의 비밀을 파헤친다. 주란 역을 맡은 박보영은 ‘늑대소년’에 이어 폐병 환자 역을 두번째로 맡았다.
“배우들 중에 제가 제일 많이 먹고 건강한데 연약해보여야해서 힘들었어요. 밤샘 촬영이 많다보니 많이 먹었는데 화면에는 제일 통통하게 나오더라고요. 제 볼살 어떡해요.”
울상을 짓는데 토실토실한 볼살이 부풀어올랐다. 18살때 찍은 ‘과속스캔들’에서 귀엽고 앙증맞은 여고생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현재 교복 입을 시기가 한참 지난 25살이다. 그런데도 교복 입었을때가 가장 편하다고 한다.
“옛날에는 소녀티를 벗고 싶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좋아요. 다들 서른이 코앞이라고 하는데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어요. 교복을 입을 수 있을 때까지는 쭉 입고 싶어요.”
그는 요즘 ‘30대 여배우’에 대한 생각을 부쩍 많이 한다고 했다.
“저도 곧 30대가 되겠죠. 서른이 되기 전에 다양한 역을 하겠다고 결심했어요. 나중에는 더 무서워서 못 고를 것 같아요. 지금은 경험해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되잖아요.”
판타지 소설만 열독하던 그는 최근에는 서점에 가면 시와 에세이 분야를 기웃거린다. 집에서는 무작위로 영화 세편을 묶은 ‘패키지 상품’을 애용한다. 취향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요. 얼마 전 (일본영화)‘오싱’을 보고 펑펑 울었어요. 맨날 보던 오락 영화만 봤다면 이런 감동은 못느꼈겠죠. 경험을 넓히니 배울 게 많더라고요.”
도전정신이 충만한 그이지만 엄두가 안나는 분야가 있다. 노출 연기다.
“제가 해도 (관객들이) 안 보러 올 것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베시시 웃으며 말한다.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죠.”
18살때 일찌감치 스타가 된 비결이기도 하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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