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주위에서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고 망할 수 있다며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당연히 망하리라 생각하고 시작했고, 이미 여러번 뮤지컬로 흥해보기도 하고 망해보기도 했으니. ‘아리랑’은 흥행을 떠나 이 작품이 창작 뮤지컬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지난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뮤지컬 ‘아리랑’의 쇼케이스가 열렸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 위로 올라와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능청스럽게 ‘망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의 모습 속에는 도리어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아리랑’이 여느 상업극과 달리 흥행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 박대표는 “국내 이와 같은 대형 창작 뮤지컬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두세 군데 밖에 없다. ‘아리랑’은 창작 뮤지컬의 정점에 선 작품이자, 국내 뮤지컬 제작 능력이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 제작자로서의 남다른 사명감을 드러냈다.
이후 시작된 ‘아리랑’의 쇼케이스는 그야말로 본 공연 전 맛볼 수 있는 진한 원액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이날 쇼케이스는 2시간 40여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넘는 본 공연을 1시간 남짓 재편집해 음악이 있는 낭독 공연으로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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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신시컴퍼니 |
뮤지컬 ‘아리랑’은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뮤지컬화 시킨 작품으로, 전국 최대의 곡창(穀倉) 이었던 김제 만경평야를 배경으로 일제강점기인 1904년부터 해방기까지 억압받은 민족의 수난과 역사를 배경으로 민중들의 끈질긴 투쟁과 생명력을 담고 있다.
주연배우 서범석, 안재욱, 김성녀, 김우형, 카이, 윤공주, 임혜영 등을 비롯해 40여 명이 넘는 배우들이 ‘아리랑’의 쇼케이스를 위해 총출동했다. 고선웅 연출의 내레이션에 맞춰 드라마를 이어나간 배우들은 ‘진달래와 사랑’ ‘꽃이여’ ‘찬바람’ ‘진도아리랑’ 등 21곡의 넘버들을 들려주었다.
본 공연이 아닌 만큼 화려한 오케스트라와의 앙상블은 이날 찾아보기 어려웠다. 준비된 것은 단지 피아노와 기타 타악기, 그리고 배우들의 가창력 뿐, 그야말로 ‘기본’만이 있는 공연이었으나, 기본이 보여준 감동의 무게는 묵직했다. 꾸며진 것이 없는 배우들의 노래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으며, 공연장을 가득 메운 배우들의 목소리는 그 어느 악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풍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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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옥비 역을 맡은 배우 이소연은 국립창극단 출신답게 관객들의 귀를 시원하게 해주는 창을 선보이면서 감동을 선사했다. 한 서린 탄식을 토해내는 듯한 이소연의 가창은 관객들의 흡입력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그녀의 연기를 보는 순간 이날의 낭독이 정식 뮤지컬 무대가 아님에도,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여들이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있다. 고선웅 연출의 해설이 가미된 낭독공연으로 진행됐음에도, 소설 ‘아리랑’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으면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작 소설의 양은 무려 12권이나 된다. 이는 하나의 뮤지컬로 압축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며, 등장인물 역시 수십 명에 이르는 만큼 자칫 하다가는 극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3년여의 준비 끝에 만들어진 무대인만큼 쇼케이스만으로 완성도가 있었으며, 이는 정식 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아리랑’은 오는 7월11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7월16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