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뮤지컬 가수 루이스 초이 |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이었다. 18세기 유럽을 뒤흔든 카스트라토(거세된 남성 가수) 파리넬리 역을 맡아 3옥타브 고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뮤지컬 배우를 찾기 어려웠다. 독일 뒤셸도르프 국립 음대 출신 카운터테너(여성 음역 가수) 루이스 초이가 최적의 캐스팅이었다. 그의 활약으로 이번 공연을 성공시켰지만 다음 무대가 문제였다.
고심하던 뮤지컬 제작사 HJ컬쳐(대표 한승원)는 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작품을 위해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자사 소속 배우가 된 기념으로 루이스 초이를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으로 여행을 보냈다. 파리넬리 발자취를 찾아다니며 재충전할 예정이다.
한승원 HJ컬쳐 대표는 “루이스 초이는 유럽 여행에서 파리넬리의 숨결을 느낀 소회를 담아 단독 콘서트를 준비할 예정이다. 일본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그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초이는 HJ컬쳐 산하 배우 아카데미 ‘W 액팅스쿨’에서 신인 배우 보컬 교육도 맡을 예정이다.
뮤지컬 제작사의 매니지먼트사 겸업 선언은 배우 기근 현상의 방증이다. 공연 때마다 적합한 배우를 섭외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뮤지컬 제작 편수는 급증한 반면에 주연급 배우 숫자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니지먼트는 작품의 영속성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출혈경쟁으로 치솟는 출연료를 감안하면 자사 배우를 특별대우하면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 성공 사례가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가 설립한 매니지먼트사 EANC. 2010년 뮤지컬 ‘햄릿’ 배급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은 배우 김승대 매니지먼트를 시작했다. 이후 안재욱,김소현, 임혜영, 카이, 전동석, 김소향, 민영기, 김준현 등 유명 배우들을 영입해 업계 최고 매니지먼트사로 거듭났다. 류정한과 임태경, 옥주현, 박은태 등 스타 배우들도 이 회사를 거쳐갔다.
소속 배우들은 EMK가 제작한 뮤지컬 ‘모차르트’ ‘황태자 루돌프’ ‘팬텀’ ‘태양왕’ ‘마리 앙투와네트’ ‘엘리자벳’ ‘레베카’ 등에 출연해왔다. 대형 승용차 밴과 로드 매니저, 음반과 DVD 제작, 콘서트 등 대형 연예 매니지먼트사 못지 않은 특급 대우를 해준다.
김지원 대표는 “배우들이 가장 취약한 출연 계약과 작품 선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아티스트의 역량과 재능에 걸맞는 음반과 책도 제작했다. 또 배우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상황에 따라 맞춤형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지 않지만 대표 뮤지컬의 영속성을 위해 배우를 특별 관리하는 제작사도 있다. 오디컴퍼니는 자사 스테디셀러 ‘지킬앤하이드’와 ‘맨오브라만차’ 주인공인 스타 배우 조승우, 류정한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신시컴퍼니도 대표작 ‘시카고’ 와 ‘맘마미아’ 단골 배우인 최정원, 전수경, 이경미, 아이비, 성기윤과 돈독한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원종원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