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오늘날의 중국을 ‘야망의 시대’로 규정한다. 야망은 스스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자체에 대한 믿음을 뜻한다. 이 책은 부, 진실, 믿음 세가지 주제를 다룬다. 이는 불과 40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인들이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불과 한 세대만에 이 모두를 추구할 권리를 획득했고, 이젠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 중국인들에겐 부자가 될 기회, 배우자·직업을 선택할 기회, 도시로 이주할 기회, 해외여행·쇼핑을 할 기회 같은 이전엔 없었던 수많은 가능성이 생겼다. 저자는 “야망을 가진 개인들의 욕구가 그들의 성장에 자양분이 되어준 체제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대표 사례가 중국 대표 여성 CEO ‘공하이난’이다. 후난성 오지 마을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 병원비를 대느라 빚더미에 앉게 된 집안 사정 때문에 학교를 자퇴하고 주하이 시 파나소닉 텔레비전 공장에 취직했다.
어느 날 대학에 진학한 초등학교 동창들이 찾아왔다. 친구들은 대학 생활 자랑을 늘어놨다. 공하이난은 학교를 그만둔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녀는 복학해 열심히 공부했다. 결국 그해 대학 입학시험에서 후난성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그 덕분에 베이징대에 입학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이름도 하이옌으로 바꿨다.
대학 생활은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딱 하나, 연애 빼고. 그녀는 온라인 데이트 홈페이지에 가입했다. 하지만 형편없는 서비스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직접 회사를 차리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은 대박이었다. 7년만에 회원 수가 5600만명에 이르렀다. 2010년 회사 주식을 미국 나스닥에 공개했을 때 그녀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7700만 달러가 넘었다. 중국인들은 공하이난의 성공 사례를 지켜보면서 더 큰 성공을 꿈꾼다.
그늘도 있다. 2011년 중국 최남단 도시 ‘포산’에선 행인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아이를 30분 넘게 외면해 아이가 죽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저자는 몇 달 뒤 현장 가까이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천둥양’이란 상인을 만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진짜였어요. 가짜를 만드느라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지금은 물고기 지느러미도 가짜일 수 있지만요. …예전엔 먹을 것이 부족하면 서로가 한 입씩 나눠 먹었습니다. 그게 당연했어요.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로 사정이 달라졌어요. 상대방이 먹고 있는 걸 빼앗아버리는거죠.”
저자가 보기에 중국은 모순으로 가득찬 나라다. 세계에서 루이뷔통 제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나라지만, 광고판에 ‘럭셔리’라는 단어의 사용을 금지하는 마르크스·레닌주의 당이 집권한 국가다. 가장 부유한 도시와 가난한 도시 간의 기대 수명과 소득은 뉴욕과 가나만큼 차이를 난다. 미국보다 많은 인구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나라지만 사람들의 자기표현을 검열하기 위해 역사상 가장 많은 노력을 쏟아붓는 국가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감옥에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저자는 각계 각층의 중국인을 만나 그들의 속깊은 생각을 들춰낸다. 그 주인공은 중국으로 망명해 세계은행 부총재 자리까
두꺼운 책이지만 문장이 찰지고 박진감 넘친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떼기 어렵다.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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