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아리랑’은 뮤지컬이다 연극이다 하는 장르구분 없이 그냥 ‘아리랑’입니다. 단순히 ‘아리랑’을 뮤지컬 장으로만 보시지 마시고, 70주년을 맞이해 다 함께 우리 아픈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것이 제 마음입니다” (배우 김성녀)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아리랑’이 뮤지컬로 탄생했다. 무려 12권이나 되는 방대한 원작소설을 2시간30분 남짓의 뮤지컬로 제작한 뮤지컬 ‘아리랑’은 ‘대작’이 주는 진한 감동은 살리되, 음악과 무대 위 연기라는 장르로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아리랑’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본격적인 하이라이트 시연에 앞서 무대에 오른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많은 분들이 방대한 분량과 많이 나오는 인물을 어떻게 2시간 30으로 압축시켰을까 궁금해 하셨다. 프리뷰공연을 반복해 오면서 ‘고성웅’이라는 특출한 예술가가 작품을 흡입력 있으면서 몰입도를 높였다. 3년 준비했다. ‘아리랑’이라는 대형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데 있어서, 미래의 대형 창작 뮤지컬을 끌어올리느냐 수입 뮤지컬로만 이 상태를 평균치를 유지하느냐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 |
‘아리랑’은 전국 최대의 곡창(穀倉) 이었던 김제 만경평야를 배경으로 일제강점기인 1904년부터 해방기까지 억압받은 민족의 수난과 역사를 배경으로 민중들의 끈질긴 투쟁과 생명력을 담은 작품이다. 뮤지컬은 12권의 소설 중에서도 감골댁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재편했다. 독립을 위해 애쓰는 의식 있는 양반 송수익과, 어지러운 시대에 ‘친일’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하는 양치성, 그리고 고간과 유린의 세월을 온몸으로 감내하는 방수국과 차옥비, 그리고 수국을 사랑하는 차득보가 중심 인물이 돼 극을 이끌어 나간다.
‘아리랑’의 연출을 맡은 고신웅 연출은 “유명한 소설이고 길이도 그렇고 부담이 많이 됐다. 연출로서 가장 해야 할 일은 부담을 내려놓는 일이었다. 부담을 가지고 소설에 더 충실하려 할수록 늪에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부담을 내려놓고 소신과 확신에 대한 용기를 갖는 것이 어려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차옥비 역을 맡은 이소연은 “외국의 어떤 작품보다 우리의 삶, 우리의 정서를 그린 작품이 얼마든지 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으며, 김우형은 “너무 가슴 아프고 애잔한 작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 매우 행복하게 작품을 하고 있다”고 벅찬 심경을 드러냈다.
뮤지컬 ‘아리랑’에서 돋보인 것은 LED를 활용한 무대 연출과 서양음악과 우리의 소리가 어우러진 음악이었다. 그 중에서도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인 배경을 현대적인 LED와 접목시켜 무대미학을 완성시킨 고성웅 연추은 “우리 정서를 담아내되 동시대 사람들이 격조 있게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영상하고 무대의 장치를 통해 모던하고 깔끔하게 표현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 |
‘아리랑’의 음악과 관련해서는 국립창극단에서 예술 감독으로 활동 중인 김성녀가 설명했다. 김성녀는 “오케스트라나 하모니가 나오는 가운데 판소리의 선율과 육자배기 민요가 섞이면서 매력을 높였다. 우리의 소리가 돋보이면서도 서양 음악의 틀과의 하모니가 잘 된 작품”이라고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음악과 무대 못지않게 눈길을 모은 것은 바로 김제 사투리와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무대 위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와 일본어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고선웅 연출은 “‘아리랑’의 연출을 하면서 제일 처음 들었던 생각은 ‘사투리는 사투리로 일본어는 일본어로 가자’였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은 김제 군산 쪽인데, 그 사투리가 맛깔나기 그지없다. 그걸 표준어로 쓴다는 것이 바른 선택일까 생각했다”며 운을 띄웠다.
이어 “사투리에 이어 일본어를 우리말로 번역하지 않고 사용한 것은 불통의 답답함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일본어를 모르는 이들이 일본 사람들과 만났을 때 말이 안 통하는 그 시대의 답답함과 불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일본어와 사투리를 표준어로 왜 바꾸지 않았느냐, 그런 말을 안 하셨으면 좋겠다. 사투리와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은, 그 시대의 모습을 전해주고 싶었던 제 나름대로의 순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극중 송수익 역으로 열연중인 안재욱은 “민족의식, 거창한 말 같지만 어느 민족이든 역사가 있고 즐거웠던 과거와 아팠던 과거가 있다. 이 작품은 아팠던 과거를 지금 보여주며 같이 속상하자는 아니고 지금 힘들고 지쳐 있지만 무언가 돌파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감정을 밝혔다.
‘아리랑’은 오는 9월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