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10년 뒤 바라는 제 모습이요?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과 같았으면 좋겠어요.”
야구를 소재로 한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에서 김건덕을 연기하는 민우혁은 등장부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단순히 큰 키에 잘생긴 외모를 자랑하는 배우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실제 야구선수로 활동했던 과거가 있는 만큼 유니폼을 입은 민우혁의 모습은 맞춤옷을 입은 듯 딱 맞아 떨어졌다.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1994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이승엽 선수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천재 투수 김건덕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신은 내게 재능과 불행을 동시에 주셨다”는 김건덕을 중심으로 야구밖에 모르던 소년들의 꿈과 갈등, 방황 그리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빛나는 성장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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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벨라뮤즈 |
민우혁은 현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에서 불운의 야구천재 김건덕으로 분해 열연을 펼치고 있다. 2013년 뮤지컬 ‘젊음의 행진’을 시작으로 뮤지컬 배우로서 본격적인 길을 걷게 된 민우혁은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에서 대표작이라고 꼽아도 무관할 정도로 맹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약 2년이라는 시간동안 바쁘게 달려온 민우혁은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가다’를 통해 한층 안정된 가창력과 연기력을 보여주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성량은 한층 더 좋아졌다.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많은 것을 얻게 해 준 공연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사실 김건덕이라는 인물은 결코 쉬운 캐릭터가 아니에요. 우여곡절이 많은 캐릭터인 만큼 내면의 깊은 곳을 표현해야 하죠. 그동안 로맨틱코미디를 중심으로 연기를 해 왔던 터라, 내가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겁도 나고 걱정도 많이 됐었어요. 그런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내가 더욱 깊어져 간다는 것을 느꼈고, 이를 통해 한 단계 성장했음을 느꼈어요. 덕분에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욱 강해졌죠.”
대표작으로 꼽아도 될 정도로 좋은 기량을 뽐내고 있는 민우혁이지만,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가다’를 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사실 시범 공연 때 참석했을 때 지켜봐 왔던 작품이었어요. 야구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공연을 빨리 올리더라고요. 이미 제가 알아볼 때는 모든 배역 오디션이 끝나 있었죠. 그래서 더 ‘이 뮤지컬은 나와 인연이 없구나’ 했었는데, 후에 추가 캐스팅 소식을 제게 전해졌고, 추가 오디션을 통해 뒤늦게 참여하게 됐어요.”
고등학교 시절 야구선수로 운동장을 누볐던 민우혁에게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가다’는 매우 특별한 작품이다. 극중 김건덕처럼 어깨 부상으로 힘들어 하기도 했고, 야구선수로서 고민과 갈등을 하기도 했었다. “우스갯소리로 지인들에게 ‘이걸 누가 나만큼 표현할거야’라고 말한다”는 민우혁의 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운동을 했을 때도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극중 김건덕과는 상황은 달랐지만 저 역시도 과거 투수로 생활했었고,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 뒀고…그런 설정들이 저 어렸을 때 상황과 많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다른 캐스팅과의 차별점이요? 일단 야구선수 출신이잖아요. 아무래도 야구를 했었고, 저 스스로 야구 유니폼이 어색하지 않고, 다른 배우들보다도 더 유니폼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다른 배우들 보다는 야구를 할 때의 표현과 디테일이 살아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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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벨라뮤즈 |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에는 ‘시간여행’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대학에 떨어지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김건덕과 이승엽, 그리고 이승엽과 같은 경북고등학교의 야구부 매니저인 윤효정은 물리시간 ‘빛의 속도’를 배우다 시간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빛의 속도’를 넘어설 수 있다면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승엽은 과거로, 윤효정은 현재, 그리고 김건덕은 10년 뒤 미래로 떠나고 싶다고 한다.
“‘시간여행’에 대해 승엽, 효정, 건덕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승엽이의 경우는 타자로 전향한 아쉬움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효정은 현실에 만족해서 시간여행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반면 건덕이는 유일하게 미래로 가고 싶어 하죠. 그러면서 ‘그때 되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할 것 같아’는 말을 해요. 현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죠. 모두가 알겠지만 10년 후 펼쳐진 미래는 그가 바랐던 풍경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그는 불행 속에서도 새로운 꿈을 찾아요. 빛의 속도를 넘어서는 것이 있는데 이는 생각이 바뀌는 속도라고 해요. 효정이가 마지막에 다시 일어서는 건덕이를 보며 ‘빛의 속도를 넘어선 것 같다’고 해요. 모든 사람이 힘듦이 있지만 생각이 바뀜으로서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고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극중 메시지는 할 때마다 크게 와 닿고 있어요.”
극중 김건덕은 10년 뒤 미래로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어 했다. 민우혁은 시간 여행을 한다면 과연 어디로 가고 싶을까. 그가 선택한 곳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바로 현재였다.
“건덕과 다르게 저는 10년 전 제가 원했던 꿈을 이룬 것 같아요.(웃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해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고, 생각보다 더 좋은 삶을 살고 있어요. 바라는 점이 있다면 10년 미래가 딱 지금과 같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행복하기 때문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같은 행복함이 그대로였으면 좋겠어요.”
민우혁은 중 근래 보기 힘들 정도로 짧은 기간 내 빠르게 성장한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이다. ‘젊음의 행진’을 시작으로 ‘김종욱 찾기’ ‘풀하우스’ ‘충각네 야채가게’ ‘쓰루더도어’ 그리고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까지. 2년이라는 시간동안 크고 작은 뮤지컬에 끊임없이 출연하면서 ‘민우혁’이라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려나갔다.
“저도 정말 믿어지지가 않아요. 대학로에서 뮤지컬 배우를 10년 이상 한 친구도 있는데, ‘젊음의 행진’ 이후 많은 기회가 주어졌고, 덕분에 바쁘게 달려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요. 신기한 것은 아내가 아들을 임신한 이후부터 더 잘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생각해 보면 물론 운도 중요하지만, 결혼을 하고 제가 책임져야 할 식구들이 생기면서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일에 대한 절실함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절실해진 만큼 더욱 진지하게 작품에 임했고, 이게 기회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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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벨라뮤즈 |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는 배우 민우혁이지만 현재로 오기까지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스무 살 어린 나이에 뛰어든 곳은 너무나 거칠고 쉽지 않은 길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민우혁은 본인의 이름을 알리기까지 10년에 가까운 무명을 견뎌야만 했다. 그 시간동안 야구를 떠나 배우를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었을까. 대답은 ‘No’였다.
“스무 살, 야구를 그만두고 노래가 좋고 해서 그냥 무턱대고 시작한 연기였는데, 내가 생각했던 방향이 아니었어요.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 즐김 속에도 바로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하는 것인데 어린 시절 저는 이를 알지 못하고 그저 즐기기만 했어요. 오디션에 갔을 때도 준비 없이 시키는 대로만 했었어요. 그렇게 무명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걱정이 들더라고요. 부모님의 뒷바라지도 한계가 있는 것인데, 나이가 많아서도 돈을 못 벌 것 같은 불안감도 있었고요. 제가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서 유아체육을 할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었어요.”
민우혁이 다시 연기를 하게 된 계기는 무척이나 극적이었다. 너무 긴 무명에 실제 유아체육과 관련된 공부를 준비하려던 찰나 ‘젊음의 행진’ 쪽에서 오디션 제안이 왔고, 이후 모든 일이 술술 풀린 것이다. 이는 민우혁이 배우로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는 현재까지 부지런히 달려오고 있다.
‘행복하다’는 말을 놓지 않는 민우혁의 소원은 ‘한결 같은 사람’이었다. 지금 누리는 행복과 기쁨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언제나 겸손하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든 것이었다.
“이 길에 들어선 것에 대해 후회는 없어요. 무대에서 연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저는 지금 매우 행복한 배우예요.”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