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모든 이야기를 끝마치고 커튼콜을 위해 무대 위에 오른 뮤지컬 ‘아리랑’의 모든 출연진은 객석을 향해 인사를 마친 후 담담한 목소리로 아리랑을 부른다. 배우들이 부르는 아리랑을 따라 부르던 객석은 훌쩍이는 소리가 섞이기 시작하고, 흥겨웠던 커튼콜의 분위기는 차분 지면서 진한 감동의 물결이 파동을 친다.
2015년 하반기 뮤지컬 기대작이었던 ‘아리랑’의 막이 올랐다. 개막 전부터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아리랑’은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한 메시지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알고 느낄 수 있는 ‘한의 정서’로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 |
뮤지컬 ‘아리랑’은 조정래 작가의 장편 소설 ‘아리랑’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일제 강점기 전라북도 김제읍 죽산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7명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다루는 ‘아리랑’은 12권의 소설 중에서도 감골댁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리랑’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에 진도아리랑과 신아리랑(경기아리랑) 등의 전통 민요, 우리의 소리인 창 등이 어우러진 넘버이다. 가사로 쓰인 김수영의 시 ‘풀’과 ‘절정’은 ‘아리랑’에서 표현하는 시대의 아픔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민초들의 설움, 그럼에도 꺾일 수 없는 않는 생존력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학창시절 교과서 속에 한 번쯤은 접했을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라는 시의 구절들은 비장함이 감도는 멜로디 위에서 춤을 추면서 관객들의 가슴 속 깊은 곳을 울렸다. 특히 ‘풀’을 가사로 만든 넘버 ‘풀이 눕는다’는 국립창극단의 단원이자 극중 소리꾼 차옥비의 창과 만나면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아리랑’은 ‘나는 득보 사랑하제 / 나도 수국 사랑하제 / 우리 마음 서로 알제 좋은 호시절 오겄제’라고 수국과 득보가 주고받는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넘버 ‘진달래 사랑’으로 시작해 ‘떠난다고 떠나질 땅이여, 잊는다고 잊혀질 땅이여’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넘버 ‘어떻게든’으로 1막의 마지막을 알리면서 더욱 극명한 대립을 알린다. 처음이 아름다웠기에 마지막이 더욱 슬프지만 배우들은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프지만 겉으로는 슬픔을 나타내지 아니함)은 먹먹함을 남긴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방대한 원작을 무대 위로 올린다는 것은 역시나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그로 인해 1막이 성급하게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강약 조절 없이 쏟아져 나온 넘버들은 관객들의 숨을 몰아쉬게 만들며 다소 피곤하게 했다. 현대의 모던함을 강조한 LED조명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을 아우를 만큼 ‘아리랑’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극한의 괴로움 속 가슴을 내리치는 수국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한의 정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만들어 주었다. 커튼콜이 끝나고 객서에 조명이 켜지면 눈시울이 붉어진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뮤지컬 ‘아리랑’ 관극에 있어 가장 필요한 준비물은 다른 무엇도 아닌 눈물을 훔칠 손수건이다.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대한민국의 국민인 한 쏟아지는 눈물을 찾기 힘들테니 말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