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2015년 뮤지컬 시장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창작뮤지컬의 대형화이다. 작년에 비해 10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오르는 뮤지컬 뿐 아니라 800석 규모의 중대형급 공연장에 오르는 창작뮤지컬의 수 또한 적지 않다.
신시컴퍼니나 EMK뮤지컬컴퍼니와 같이 대형 공연제작사들이 창작뮤지컬 시장에 뛰어들면서 창작뮤지컬의 대형화를 이뤘지만, 이를 놓고 창작뮤지컬시장이 마냥 핑크빛이라고 보기 어렵다. 2015년 공연되는 총 10개 남짓한 대형 창작뮤지컬 중 올해 첫 선을 보인 작품은 ‘신과 함께-저승편’ ‘아리랑’ ‘한여름밤을꿈’ 뿐이며, 이들의 성공을 놓고 대형 창작뮤지컬의 미래를 전망하기에는, 과거 흥행에 실패하면서 대중의 기억 속에서 대형 창작뮤지컬 작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1년 초연무대를 올렸던 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시작부터 화려했다. 라이선스 뮤지컬을 제작해왔던 뮤지컬 제작사 설앤컴퍼니가 심혈을 기울인 첫 창작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해외 유명 작곡가인 프랭크 와일드혼과, 니상 수상자인 무대디자이너 데이비드 갈로, 와일드혼의 파트너인 연출가 가브리엘 베리, 신예 작가 피비 황을 창작진으로 구성할 뿐 아니라, 뉴욕에서 두 차례 대본 리딩을 거쳐 검증을 받는 등 만전을 다 했던 것이다. 배우 또한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김준수와 실력을 검증받은 정상윤, 전동석, 윤공주, 다비치 이해리 등이 출연하면서 그야말로 최고의 ‘황금 라인업’을 완성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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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보자면 ‘천국의 눈물’은 수작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월남전을 배경으로 한국인 병사 준과 베트남 여인 린의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신선하지 못한 드라마 전개로 국내 관객들의 흥미를 끄는데 실패했으며,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전반적으로 무난할 뿐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무대 연출 또한 LED 영상과 실제 소품이 이질적이라는 지적 또한 적지 않았다. 해외 진출을 목표로 만들어졌던 ‘천국의 눈물’이었지만,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는데 실패했던 작품이 해외시장에서 통할 리 만무했다.
그래도 ‘천국의 눈물’은 같은 해 공연됐던 ‘미션’에 비하면 나름 선전한 작품이다. 국내 제작사가 기획하고 이탈리아 제작사가 팀을 꾸린 ‘미션’은 국내 제작사에서 기획 및 자본을 제공하고, 이탈리아 제작사에 작품 제작을 의뢰했던 작품이었다. 영화 ‘미션’을 원작으로 한 이 ‘미션’은 무려 제작비용만 120억 원,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넬라 판타지아’와 같은 주옥같은 영화 음악들이 넘버로 사용된다고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받았었다.
결과는 참사에 가까웠다. 배우들의 노래는 기대 이하였고, 심지어 립싱크 문제까디 불거졌으며, 오케스트라 연주가 아닌 녹음된 음악을 사용하면서 관객들의 실망을 모았던 것이다. 120억이 투자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이 조잡했던 ‘미션’은 형편없는 완성도로 인해 ‘공연 리콜’이라는 웃지 못 할 초유의 사태를 벌이기도 했다. 시작부터 말 많고 탈 많았던 ‘미션’은 제작사 대표 최모씨가 투자금을 빼돌리고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참사와 같았던 작품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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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초연된 ‘아르센 루팡’ 역시 아쉬움을 남겼던 대형 창작뮤지컬 중 하나였다.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의 주인공 아르센 루팡을 내세웠던 뮤지컬 ‘아르센 루팡’은 원작의 배경인 1910년 프랑스 파리에 있었던 대홍수를 기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세계최초 ‘아르센 루팡’ 시리즈의 뮤지컬 제작일 뿐 아니라, 김다현, 양준모, 배다해, 서범석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한층 진보된 창작뮤지컬의 미래를 기대케 했던 작품이었다.
기대와는 달리 ‘아르센 루팡’의 주인공이었던 김다현이 프레스콜 당시 “연습 과정부터 지금까지 계속 바뀌는 대사와 가사로 어려움이 많다. 뮤지컬에서 쪽대본으로 노래한 건 처음이다. 이미 공연은 시작됐지만 조금 더 나은 작품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라고 말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공연이었다.
어설픈 대본으로 인한 카리스마 없는 주인공과 산만한 극 전개, 어설픈 연출로 배우간 동선이 엉키는 등 많은 문제점을 보여주었다. 음악 역시 귀에 남는 킬링넘버가 없었으며, 결국 음악과 대본, 연출의 ‘총체적 난국’이라는 혹평을 들어야만 했다.
가장 최근에 공연됐던 ‘디셈버’ 역시 대중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작품 중 하나다. 故김광석이 음악으로 만들어진 ‘디셈버’는 김광석의 미발표곡 ‘다시 돌아온 그대’ ‘12월’을 공개한다고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었었다.
인기스타 김준수, 박건형의 출연과 더불어 장진 감독의 연출, 그리고 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자됐던 대규모 프로젝트 ‘디셈버’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디셈버’에 앞서 김광석의 음악으로 만들어진 ‘그날들’이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디셈버’의 성공을 예측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는 달리, 예측 가능한 뻔한 스토리와 노래를 부르기 위한 극전개로 아쉬움을 남기며 극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창작뮤지컬들이 대중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가지각색이지만, 그 중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화려한 조건’ 뒤 완성도를 높이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이후 급격한 뮤지컬 산업화를 이룬 국내 뮤지컬 시장은 이제 세계시장과 겨뤄도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 받을 정도로 성장을 이뤄냈다. 이른바 대작 라이선스 뮤지컬들이 줄지어 국내에 소개되면서 관객들의 보는 눈 또한 높아졌으며, 이는 더 이상 단순한 스타마케팅으로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례없는 리콜소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미션’을 제외하더라도 앞선 작품들의 흥행 실패 사례는, 앞으로의 국내 창작뮤지컬 제작에 있어 한 번 쯤 생각해 볼 문제로 남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