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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요리’의 대가 김풍을 지난 15일 부천 상동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만났다. 그는 이날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일환인 토크쇼 ‘맛있는 만화토크’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요리에 취미를 붙인 것은 몇년 전 백수로 살때였어요. 나를 위해서 만들기 시작했죠. 만들다보니 기쁜거에요. 창작의 기쁨이었죠. 요리는 마치 조립식 장난감을 완성했을 때의 쾌감을 줘요.”
‘먹방’(음식 방송) 열풍의 주역으로 조명받고 있지만, 그는 2002년 웹툰이 불모지였던 시절에 ‘폐인가족’이란 웹툰으로 인터넷을 떠들석하게 한 1세대 웹툰 작가다. 최근까지 네이버에 심윤수 작가와 함께 ‘찌질의 역사’ 시즌 2를 연재했다. 스무살 청년들의 창피한 연애담을 들려준다.
“그 시절에 나의 ‘애티튜드’(태도)를 상기하며 만들었죠. 피시통신에 남긴 글도 참고했고요. 어휴, 남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찌질해요.”
연말엔 시즌 3가 연재된다. 첫 사랑 ‘설하’를 못잊어 ‘설하’라는 여자친구만 만나는 주인공 민기는 철이 들 수 있을까.
“글쎄요. 나이 마흔에도 똑같을 것 같아요. 나이 들면 찌질함을 교묘하게 감추는 노련함이 생기는거지, 철 드는 건 아닌것 같아요. 예수 그리스도, 시타르타같은 성인이 철이 든거죠. 하하”
그는 지금도 철부지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삼수끝에 홍대 애니메이션학과에 진학했다. 대학땐 춤에 빠져 클럽을 누볐고, 배우가 되고싶어 무작정 8개월간 극단생활을 했다.
“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재미있으면 하는 편이에요.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기면 바로 움직이거든요. 그러다가 얻어 걸린 게 만화고, 또 방송이에요. 물론 중간에 그만둔 것도 많죠. 사람들은 왜 끈기 있게 하는게 없냐고 하는데, 하기 싫은 걸 왜 해야되나요. 제가 살아온 방식이에요.”
이처럼 자기 욕망에 충실해서일까. 그의 작품에선 위선을 찾아볼 수없다. 오히려 너무 적나라하게 비루한 일상을 끄집어내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폐인가족’, ‘찌질의 역사’ 등은 비주류 군상들의 궁상맞은 삶은 우리의 일상을 비춘다.
“실패를 안겪은 사람은 없겠죠. 중요한 것은 그 바닥을 인정하는 거에요. 밑바닥을 봐야 진짜 쿨해질 수 있어요. 성장을 위해서 찌질한 시기를 인정하는 것은 꼭 필요한
요리 웹툰을 연재할 계획을 묻자 “좀더 깊이 공부한 뒤에 그리고 싶다”고.
이날 인터뷰를 마칠 때즘 문밖에 한 무리의 여성팬들이 모여있었다. 김풍은 인터뷰에서 “정말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이미 여성팬들에게 그는 다재다능한 훈남으로 보였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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