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단어는 언제 들어도 설레다. 고목나무처럼 마른 영혼도 촉촉히 적신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는 우연히 노래에 재능을 발견한 소녀 폴라가 꿈을 위해서 가족이란 따뜻한 품을 떠나는 여정을 들려준다. 날 수 있게 된 새끼가 어미 새의 품을 떠나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폴라의 비상(飛上)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지난해 프랑스 개봉당시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기록(누적 관객 730만명)한 흥행작이다.
주인공 폴라는 청각장애 부모에게서 태어난 건청 자녀(코다·Children Of Deaf Adult)다. 폴라는 오전엔 학교, 낮에는 부모님의 통역일과 농장일을 도맡으며 바쁘게 산다. 한 번도 소리를 내서 노래한 적 없던 폴라는 어느 날 파리에서 전학 온 잘생긴 남학생이 합창부에 가입하는 것을 보고 덜컥 오디션을 본다. 열정도 재능도 없는 학생들에 진절머리가 나던 합창부 선생님은 쭉쭉 뻗어나가는 성량을 가진 폴라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천부적 재능을 알아보고, 파리에 있는 합창학교 오디션을 제안한다.
마음 따뜻한 이 가족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폴라 부모님은 천진난만하다. 엄마의 질에 염증이 생겨 부모님과 함께 산부인과에 간 폴라. “3주간 (성관계를)참으라”는 의사의 말을 폴라가 통역하자, 부부는 딸 앞에서 “절대 안된다”며 강력한 수화를 전달해 폴라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장애인 가족이 주인공이지만 영화에선 어떠한 동정의 시선도 느껴지지 않는다. 프랑스 영화의 유쾌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유머와 사랑이 넘쳐나는 가족은 폴라에겐 따뜻한 둥지지만 족쇄이기도 하다. 폴라가 파리로 떠나겠다고 말하자 엄마는 “폴라는 아직 어린 애”라며 펄쩍 뛴다. 남편은 “우리끼리 남겨질까봐 두려운 것 아니냐”고 정곡을 찌른다.
부모가 이별의 순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뭉클하다. 폴라의 발표회. 부부는 비록 듣지 못했지만 객석의 사람들이 딸의 노래를 들은 뒤 일어서서 박수를 쏟아내는 게 보였다. 청각 장애인 부모가 딸이 부른 노래를 들을 수 없었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장면을 감독은 폴라의 노래를 ‘음소거’하는 연출로 표현했다. 연출력이 빛나는 대목이다.
진심은 들리지 않아도 느껴지는 법. 오디션 전날 밤, 조용히 딸을 불러낸 아버지는 딸의 성대를 만지며 노래를 ‘감상’한다. 마음이 저미는 장면이다.
폴라가 파리 오디션에서 부른 노래는 ‘비상’이다. “오늘부터 두 분의 아이는 없어요/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뿐”. 폴라의 진솔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도 매력이지만, 진심을 꾹꾹 담은 수화가 콧등을 시큰하게 한다. 폴라 역을 맡은 신인 배우 로안 에머라는 이 영화로 세자르영화제 신인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 출신인 그의 꾸밈없는 목소리는 우리가 잊고 지낸 ‘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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