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와 재벌의 대결을 그린 영화 ‘베테랑’이 24일 누적관객 900만명을 돌파하며 10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코믹 액션 장르가 ‘천만 영화’에 등극하기는 이례적이다.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42)은 구름 위를 떠나닐 줄 알았지만 피로가 쌓였는지 찌뿌둥해보였다.
“좋으면서도 얼떨떨해요. 될 수 있으면 들뜨지 않으려고 하죠. 숫자(900만)가 의미 있나요.”
24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가 말했다. “1000만”이란 말엔 심드렁하던 그가 “관객들이 통쾌하다는 평이 많다”고 인사를 건네자 반색하며 “관객의 반응을 들을 때 비로소 (인기가) 체감된다”고 했다.
‘베테랑’의 악당은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다. “나한테 이러고도 뒷감당할 수 있겠냐”면서 돈과 지위를 이용해 약자를 짓밟는 인물로 관객의 공분을 일으킨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잣집 망나니의 인터뷰를 보면 정말 자신이 잘못한 줄 모르더라고요. 결국 자기 식구만 챙기는 안하무인 부모들이 조태오같은 사람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조직이든 가족이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집단 이기주의가 문제죠.”
서도철 형사(황정민)는 관객의 응원을 받는다. 주택 대출이자를 걱정하는 서민 가장인 그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을 뜻하는 속어)가 없냐”며 원칙을 지킨다.
“액션 영화지만 가치를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는 지금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잖아요. 돈에 너무 무게를 둔 순간 삶이 망가지는 것 같아요. 이젠 앞만 보고 달려가기를 멈추고 정의나 가치를 지키면서 살면 좋겠어요. 관객들이 응원엔 이같은 바람이 투영된 것같아요.”
그는 영화 후반부 조태오와 서도철의 싸움을 시민들이 핸드폰으로 찍는 장면을 언급하며 “조태오에 수갑을 채운 것으로 서도철의 임무는 완수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시민의 몫이다. 부당한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부터 날 것 그대로의 액션을 추구해온 그는 이번에도 매끈한 액션신을 완성했다. 그는 “게임만 보더라도 화려한 액션이 많다.하지만 영화의 액션이 차별화되는 점은 인물과 상황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액
벌써부터 속편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도철을 분노케하는 대상은 누가 될까.
“형사들 내부의 될 수도 있고, 엄청난 범죄와 싸울 수 있죠. 하지만 제 다음 영화가 바로 ‘베테랑2’가 되진 않을거에요.”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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