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어’의 저자는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마시다가 독일에서 맥주 양조를 배운 뒤 한국에 돌아와 아예 맥주 펍을 차렸다. ‘맥주의 모든 것’ 저자는 10년째 매일 밤을 맥주집에서 보내고 있다. 국적은 달라도 맥주를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다. 두 저자 모두 “음악에 장르가 있듯 맥주도 스타일이 있으며 맥주 종류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맥주의 ‘역사’를 알면 몰랐던 ‘맛’이 느껴진다. 트라피스트는 맥주 매니아들 사이에서 “죽기전에 한번은 먹어봐야 할 맥주”로 꼽힌다. 값싼 맥주가 넘쳐나는 유럽에서 드물게 귀족처럼 대접받는 맥주다. 단지 비싸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두 책에 따르면, 트라피스트는 태생부터 고귀하다는 것. 트라피스트는 1098년 프랑스 시토에서 출범한 수도회 이름이다. 당시 수도사들이 손님 접대나 영양 보충용으로 맥주를 만든 게 트라피스트의 시초다.
1990년대 들어 맥주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별화를 노린 업체들이 ‘수도원이 만든 맥주’라며 가짜 트라피스트를 내놨는데, 이를 보다 못한 트라피스트 수도원들이 정식 협회를 조직해서 품질을 관리하기 시작했고 현재 총 10개의 브랜드만 트라피스트 인증을 받았을 정도로 엄격한 심사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비어’의 저자는 “트라피스트 에일은 다른 사기업의 맥주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최고의 맥주 뒤엔 맛을 지키려는 장인(匠人)이 있다. 전세계가 사랑하는 벨기에 맥주 호가든을 만든 이는 어깨 너머로 맥주 제조법을 배운 우유장수 피에르 셀리스다. 1950년대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호가든이란 지역에 살던 그는 동네 양조장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자 1966년 밀맥주를 부활시켰다. 잘 나가던 셀리스의 양조장은 이후 벨기에 거대 맥주기업 인터브루에 매각됐고, 호가든의 레시피가 변질되는 것을 고통스럽게 지켜보던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셀리에 브루어리를 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밀러가 이 양조장의 주식을 대부분 사서 다시 양조장을 빼앗겼다. ‘맥주의 모든 것’ 저자는 “맥주 장인의 열정도 거대 자본의 침탈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고 말한다.
두 책 모두 필스너, 바이젠, 페일 에일, 스타우트 등 맥주 100여종을 정갈한 언어로 알기 쉽게 설명하며, 맥주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맥주의 모든 것’은 시판되는 모든 맥주의 스타일을 다루면서 꼭 시음해볼 대표 맥주 브랜드 두 개를 추천한다. ‘더 비어’는 국내 가볼만한 맥주집도 소개한다. 일상에 유용한 정보다.
지난해 주세법 개정을 통해 국내 소규모 양조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국내 맥주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국내 맥주도 다양해지고 있다. 맥주
[이선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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