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부스스 내린 5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문학상이 열리는 효석문화마을 가산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피서철을 방불케 할만큼 차량과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봉평 일대는 눈을 두는 곳마다 백설(白雪)처럼 메밀꽃이 만발해있었다.
이날 오후 5시 가산공원에서 열린 이효석문학상 시상식은, 13일까지 이어질 효석문화제의 개막을 알리는 성대한 축제였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30만명에 달하는 인파들은, 이효석의 문학의 얼이 남아있는 이효석 생가, 이효석 문학관을 거닐며, 메밀꽃과 함께 그의 문학성에도 취했다. 효석문화제는 백일장을 비롯해 시화전, 문학의 밤과 같은 문학 프로그램,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메밀꽃밭 둘러보기 등으로 이뤄졌다. 공연과 축제와 어우러진 문학상 시상식은 이날 절정에 달한 효석문화제의 하이라이트였다.
매일경제신문·이효석문학재단·이효석문학선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농협중앙회·NH금융지주·평창군이 후원하는 이효석문학상은 최근 1년간 발표된 모든 장·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수상작을 선정했다. 소설집 ‘두번의 자화상’(창비)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은 전성태 작가는 1994년 등단한 이후 현대문학상 채만식문학상 등을 수상하면서 차세대 한국문학을 이끌 작가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효석문학재단 이상옥 이사장은 시상식의 시작을 알리는 환영사에서 “2015년부터 이효석문학상은 매일경제신문과 함께 하면서 작가의 등단연한과 단편에 국한하는 제한을 없애고, 상금도 5000만원으로 올리며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이어 축사를 한 매일경제신문 박재현 상무는 “이효석문학상이 한국 소설 문학의 품격과 전통은 물론 그 변화의 추이까지도 예민하게 반영하고 작가들에게 애정 어린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문학상으로 남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면서 “매경미디어그룹이 함께해 아시아 최고의 문학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오정희 심사위원장은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 혹은 큰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 중 어느 쪽도 외면하지 않으려는 문학적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전성태의 수상은 뜻깊은 일이다”라고 심사평을 전했다.
전성태 작가의 이웃집에 살고 있는 동료로 이날 ‘축시’를 읊으며 작가를 축하한 이정록 시인은 “전성태는 ‘복합 비료’같은 작가다. 낮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쓰는 그 도저한 이야기들은 어디서 왔을까 늘 생각했는데 세상의 모든 불편 부당에 주목하고 성실하게 글을 써온 작가는 화려하진 않지만 식물 생장에 꼭 필요한 복합 비료처럼, 한국 문학에 꼭 필요한 작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전업작가는 ‘전기기술업자’의 준말이다. 메밀꽃처럼 환한 펜촉 하나로 사람의 마음에 찌릿찌릿 불을 밝히는 전기기술업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상금과 상패를 수상한 전성태 소설가는 “제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라고 웃으며 축사에 화답했다. 그는 “올해로 등단 20년이 되었는데 작가로서 성년을 맞아, 문학상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 영광스럽지만 100살이 된 한국문학사를 어깨에 무겁게 짊어진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년 동안 문학적 순교자처럼 굴며 화를 내듯 문학적 각오를 밝혀와서 주변 동료들도 아내도 많이 불편했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문학은 불모지에서 피어난 꽃이다. 현실에서는 지옥이 작가에게는 천국이라는 말도 있는데, 외람되지만 동료들과 함께 그 길을 굳건히 걸어가겠다. 끝까지 써내려갈테니 한국문학을 더 사랑해달라”고 말해 큰 박수와
시상식에는 이밖에도 심사위원 소설가 이순원, 임철우, 문학평론가 정홍수, 신수정, 백지연, 이수형과 중앙대 방현석 교수 등이 참석했다. 염동열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시상식을 빛냈고, 심재국 평창군수, 이효석의 장남인 이우현 유족대표 등이 축사를 했다.
[평창 =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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