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건설 초창기부터 여러 가지 잡음으로 ‘대학로의 골칫거리’가 된 대학로뮤지컬센터에 또 한 번 말썽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받지 못한 돈을 받기 위해 유치권을 행사하는 건설사와, 여전히 건물 공사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건물주라는 두 고래 사이에 ‘공연’이라는 새우가 끼어들면서 등이 터진 것이다.
이른바 새우등이 터지 주인공은 뮤지컬 ‘한여름밤을 꿈’이었다. 지난 8월21일부터 대학로뮤지컬센터에서 관객들을 만나고자 했던 ‘한여름밤을 꿈’은 개막을 앞두고 건물주인 에니웍스와 건설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하 대우조선) 사이 분쟁이 일어나면서 공연장 사용 불가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한여름밤을 꿈’은 공연이 취소된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공연장이 정해지기 전까지 무기한 공연을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의 대학로뮤지컬센터는 건물주와 건설사 측의 갈등으로 공연이 취소된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한여름밤을 꿈’에 앞서 2013년 3월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에 올랐던 창작뮤지컬 ‘그날들’ 역시 동일한 갈등으로 인해 공연까지 일주일 앞두고 공연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던 것이다. 공연장 측과 정상적으로 대관 계약을 맺고 공연을 위한 무대 설치 등을 마친 ‘그날들’의 제작사 이다엔터테인먼트와 인사이트는 갑작스러운 대우조선의 유치권 행사로 공연에 어려움을 겪게 됐고, 이후 4월1일 대우조선을 상대로 공연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다행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법원은 그 다음날인 2일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예정대로 공연을 올 릴 수 있게 됐다.
‘그날들’의 후폭풍이 채 가라앉지 않은 그해 8월 대학로뮤지컬센터 중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던 연극 ‘선녀씨 이야기’에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게 된다. 공연장의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장소를 변경해야 했던 것이다. 첫 공연까지 보름 앞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제작사 관계자는 “뮤지컬센터의 기술적 결함으로 연기 요청을 받았다. 공연 일정의 재조정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공연이 임박한 시점이지만 급히 아트센터K로 공연장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2013년 초 완공된 대학로뮤지컬센터는 시작부터 끝까지 말 많고 탈 많은 대표적인 공연장으로 꼽힌다. 근 2년이라는 시간동안 올라온 작품은 대략 13작품 안팎에 지나지 않으며, 이중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 무대에 올라온 작품은 뮤지컬 ‘그날들’과 ‘요셉 어메이징’이 유일하다. ‘요셉 어메이징’ 역시 처음부터 무탈하게 대학로뮤지컬센터 무대에 오른 것은 아니다. 공연까지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공연장의 문제로 급하게 공연장을 서울 광진구 유니버셜아트센터로 옮겨야만 했다. 공연장과 관련해 한차례 잡음을 겪었던 ‘요셉어메이징’은 앙코르공연을 올리게 되면서 처음 계획했던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에 공연을 올릴 수 있었다.
‘한여름밤을 꿈’과 대관계약을 하기 전까지 2015년 공연장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작품 역시 전무하다. 대학로뮤지컬센터에 마지막으로 올라온 작품은 2014년 11월18일부터 2015년 2월15일일까지 공연된 연극 ‘발레선수’ 뿐이다. 2월부터 8월까지 빈 공연장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의 뒤에는 역시나 대우조선과 에니웍스 사이 갈등이 있었다.
공연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드려진 ‘그날들’과는 달리 ‘한여름밤을 꿈’은 결국 법원이 ‘공연장 사용 불가’ 결정을 내리고 대우조선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연 재개가 불가능해졌다. 법원은 “대관 계약 체결 당시 이미 공연장엔 대우조선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취지의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사가 에니웍스를 통해서만 대관여부를 논의했을 뿐, 대우조선에게 먼저 어떠한 확인도 하지 않았다”며 “대우조선이 유치권을 행사해 공연을 저지하는 것을 두고 권리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건설사에 손을 들어준 이유를 밝혔다.
‘한여름밤을 꿈’의 제작사 베터리즘은 이에 대해 “유치권자인 건설사를 비롯하여 채권단, 법원 등에 간절히 부탁하고 설득하고 호소하고 심지어 무릎을 꿇기까지 했지만 결국 모두가 저희를 외면했다”며 “‘한여름밤을 꿈’에 관계된 배우와 스태프100여명은 순식간에 일터를 잃게 되었으며 제작진 역시 너무나도 큰 비용 손실을 떠안게 됐다”고 토로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