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장에서 ‘앤트맨’을 본 김예원씨(29·여)는 이 영화로 인해 히어로물에 관심이 생겼다. 영화 추천 애플리케이션 ‘왓챠’에 ‘앤트맨’에 대한 호평을 남기자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 히어로물이 화면에 소개됐다. 왓챠가 관람객의 성향을 분석해 영화를 추천한 것이다.
김예원씨는 “경쾌하고 코믹한 히어로물을 보고 싶었는데 내 취향을 쪽집게처럼 맞춰서 신기하다”고 했다.
영화를 선별해서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한 해 극장 상영 영화는 1400여편. 하루가 다르게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정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영화 추천 기능이 필요한 이유다. 영화 VOD를 제공하는 IPTV 및 케이블 업체는 앞다투어 큐레이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영화 추천 앱은 인기를 끌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고객의 시청이력을 분석해 맞춤 영화를 제공하는 ‘스마트무비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용자가 남긴 영화 평점, 감상평 등을 종합해 자동으로 영화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고객이 ‘겨울왕국’을 보면 ‘라푼젤’과 같은 유사한 영화를 추천해준다.
KT의 올레TV는 각 고객별 시청패턴을 파악하여 다양한 감성테마에 따라 영화를 추천하는 ‘감성 큐레이션’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LG유플러스는 큐레이터 10명이 투입돼 고객의 시청패턴을 파악해 16만여개 콘텐츠 중 고객 맞춤 동영상을 선별하고 있다. 고객이 현시점에서 가장 많이 시청하는 관심 동영상을 기준으로 실시간 편성하는 ‘미-센트릭 큐레이션’이다. 영화 추천 앱 와차는 1억개 넘는 평가를 기본 데이터베이스로 삼아 이용자의 성향을 파악해 영화를 추천한다.
콘텐츠의 종류와 양이 많아질수록 큐레이션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자리를 잡은 것도 큐레이션 서비스 덕분이다. 영화 등 3만개 콘텐츠를 보유한 넷플릭스는 36페이지에 달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콘텐츠를 분류하고 가입자의 시청 시간, 성향, 선호 장르 등을 고려해 적재적소에 VOD를 추천해주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대여되는 콘텐츠의 3분의 2가 추천으로부터 발생한다.
현재 상용되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영화 내용, 분위기, 선호 배우 등 영화의 매력 요소를 대략 집어내는 수준이다. 영화업계는 영화 추천 서비스에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면서 추천의 정확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관람하는 날씨, 함께 보는 대상, 보는 장소 등 관람과 관련된 상황 인지 정보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다.
LG유플러스의 한영진 팀장은 “개인들의 사용 패턴에 대한 데이터가 계속 쌓이고 있다. 빅데이터가 보강될 수록 미묘한 것까지 감안한 세밀하고 정확한 추천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관객 개인에 최대한 맞춰진 형태로 큐레이션 서비스가 진화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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