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방송인 박경림의 토크콘서트 ‘여자의 사생활 시즌2-잘 나가는 여자들’(이하 ‘여자의 사생활’)은 정확히 결혼한 여성들에 포커스가 조준돼 있다. 여기에 2시간 40여분 공연 내내 객석을 쥐락펴락하는 박경림 표 입담이 어우러져 다이나믹한 공연이 완성됐다. 갈 곳 없는 ‘아줌마’들의 낙원이었다.
‘여자의 사생활’은 제목부터 암시하듯 결혼한 여자들의 삶을 오롯이 담고 있다. 나보다 남편, 자녀에게 ‘올인’하며 립스틱 한 번 바를 시간 없었던 우리네 어머니, 혹은 현재 ‘아줌마’로 살고 있는 대한민국 여성의 초상이 그 안에 모두 들어있었다.
이 공연의 가장 큰 미덕은 박경림과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형 토크콘서트라는 점이다. 입장 전 미리 나눠준 이름표를 달고 공연 곳곳에 참여할 수 있다. 형태는 여러 가지다. 관객들은 자신의 결혼 생활을 직접 고백하는 시간을 갖는가 하면, 콩트에서 배역도 맡아 박경림과 공연을 만들어간다. 대부분 여성으로 채워진 관객들에게 공감을 받기도 하고, 응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누구의 ‘엄마’ ‘아내’가 아닌 오롯이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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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코엔스타즈 |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박경림은 특유의 입담으로 콘서트를 이끌면서도 관객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며 이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기도 했다. 수다 상대가 필요한 이들에겐 소통의 창구를, 마음이 답답한 이들에겐 해우소를, 일상에 지친 이들에겐 웃음을 선물해주며 670여명의 관객과 호흡했다.
이뿐만 아니었다. 대구, 담양, 춘천 등 전국각지에서 모인 관객들을 위해 샌드 아트, 영상편지, 힙합공연, 마임, 콩트 등 공연종합선물세트를 마련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송승헌, 윤도현 등 매력만점 남자 스타들과 추억을 만드는 시간도 마련했다. ‘아줌마의 삶’이라는 큰 주제 아래 펼쳐지는 축제와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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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코엔스타즈 |
그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부부 문제로 가출한 사연을 공개한 한 관객에게 멋진 기억을 다시 심어주는 ‘가출 기억 알리바이 조작’ 코너였다. 남편과 심하게 싸우고 가출했지만 갈 곳 없어 모텔에 있다 아이 학교 채비를 도와주기 위해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는 황모 씨의 ‘웃픈’ 사연에 박경림은 “드라마에선 가출하면 멋진 재벌3세도 만나 연애도 잘 하던데, 우리 아줌마들 현실은 늘 이렇다. 기억을 조작해주겠다”며 이벤트를 선사했다. 바로 송승헌이 등장해 영화 ‘라붐’의 명장면을 재연한 것. 객석이 뒤집어짐은 물론, 생각지 못했던 선물을 받은 황 씨는 굉장히 즐거워하며 소중한 추억을 얻어갔다.
↑ 사진=코엔스타즈 |
인터미션에 상영된 ‘딸아, 나처럼 살지 마라’는 제목의 영상도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5~60대 여성들이 자신의 결혼 생활을 위트 있게 설명해 웃음을 주면서도 딸을 떠올리는 대목에선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담담하게 속내를 비쳐 보는 이를 울컥하게 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자의 사생활’은 박경림 표 토크콘서트라는 수식어를 제외하고서라도 아줌마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터놓고 말할 사람이 없어 벽보고 말하는 우리 어머니들, 혹은 혼자 속앓이하며 매일 TV 막장드라마로만 스트레스를 푸는 여성이라면 주저 없이 택하라, 당신을 위한 완벽한 휴식처가 여기 있다.
한편 ‘여자의 사생활’은 7일부터 11일가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열린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