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시간이 없는데, 배우들도 질문을 듣자고 허락해 주시니 질문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진행됐던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프레스콜의 기자간담회 자리. 질문을 하려던 기자들을 향한 진행자의 말이었다. 졸지에 취재를 위해 현장을 찾은 기자들은 배우들의 허락을 받고 질문을 해야 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취재를 위한 프레스콜의 자리인지, 아니면 팬들을 위해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 이벤트의 자리인지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최근 각종 공연들의 프레스콜 현장을 살펴보면 많은 이들이 이 ‘프레스콜’이라는 명칭을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프레스콜을 논하기에 앞서 프레스콜의 성격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프레스콜은 정식 공연에 앞서 프레스, 우리나라 말로 신문과 잡지 분야에서 일하는 언론인들에 먼저 선을 보이고 취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자리다. 전막 혹은 하이라이트 시연을 통해 공연에 대해 보여주고, 이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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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
많은 공연들이 프레스콜 자리를 마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본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수많은 관객들을 일일이 만날 수가 없기에, 기사를 통해 평가받고 궁금한 점을 알리기 위함이다. 작품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취재를 위해 마련된 ‘프레스콜’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취재보다는 단순한 홍보를 위한 마케팅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11월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는 연극 ‘엘리펀트송’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엘리펀트송’은 자비에 돌란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파리의 몽파르나스 극장에서 100회 이상 공연됐던 수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 초연은 이번이 처음일 뿐 아니라, ‘대학로 아이돌’로 불리는 배우 박은석, 정원영, 이재균이 모이면서 작품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 같은 뜨거움을 잘 알아서일까, 제작사 측은 입소문을 내기 위해 팬들을 초청했고, 그 순간 ‘엘리펀트송’의 프레스콜은 프레스를 위한 자리가 아닌 팬들을 위한 이벤트로 전락하고 말았다. 팬들을 초청한 제작사지만 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고, 이는 취재 방해로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물론 ‘넥스트 투 노멀’의 프레스콜은 앞선 ‘엘리펀트송’과는 상황이 달랐다. 팬들과 프레스석의 구분이 이뤄졌으며, 셔터소리로 인해 시연에 방해받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단지 그 뿐, 기자간담회 시간,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 보다는 대부분의 시간을 진행자의 질문으로 할애를 하더니, 급기야 “시간이 없으니 질문 두 개만 받겠다”고 통지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그 두 개의 질문마저 이날 프레스콜에 초청된 팬들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없이 2층에서 대뜸 질문을 쏟아낸 한 팬이 등장한 것이다. 모두가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팬들의 질문과 기자의 질문은 엄연히 다르다. 팬들은 배우들이 어떤 넘버를 좋아하는지와 같은 시시콜콜한 것들을 먼저 물어본다면, 프레스콜에 참석하는 기자들은 기사작성을 위해 조금 더 보편적이면서도 객관성을 지닌 면들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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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
이날 등장한 팬의 갑작스러운 질문으로 인해 정작 취재진은 자신의 기사를 위해 배우들의 허락을 받고 그들의 ‘귀중한 시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추최 측의 행사 이해도가 떨어지는 순간이다.
작품을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프레스콜은 흥미로운 자리일 수 있지만, 애석하게도 프레스콜은 이벤트가 아니다. 이날의 일에 대해 ‘넥스트 투 노멀’ 관계자는 “2층에서 통제를 할 틈도 없이 팬이 질문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애초의 실수는 통제를 못한 주최 측이 아닌 프레스콜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에 있다.
앞서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와 ‘풍월주’는 프레스콜을 대신의 프레스콜의 성격을 지닌 ‘홍보병의 날’과 ‘운루주인콜’을 마련했다. 프레스콜과 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확실하게 분리한 것이다. 덕분에 이벤트의 주인이 된 팬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남기고 배우들에게 묻고 싶었던 바를 질문하는 등 행사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많은 주최측은 이벤트와 프레스콜을 동시에 진행하고자 하지만,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양쪽 다 만족을 시키지 못한다면 차라리 한 쪽만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주객전도의 현상이 반복되는 프레스콜의 현장, 프레스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