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작가 신경숙 표절 사태로 곤욕을 겪었던 문예계간지 ‘창작과비평’(이하 창비)이 창간 50주년을 맞아 혁신에 나선다.
1966년 1월 15일 창간한 창비는 폐간과 복간 등을 거쳐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창비는 이를 기념해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창비는 이 자리에서 향후 편집계획을 발표했다. 잡지는 편집진을 새로 구성하고, 문학중심성을 강화한다는 목적 아래 지면을 개편한다고 밝혔다. 또 젊은 작가들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별도의 문예지를 만들 계획이다.
먼저 창비는 이날 새로운 편집진을 공개했다. 강일우 출판사 창비 대표이사가 발행인과 편집인을 맡고, 한기욱 인제대 교수와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가 각각 새로운 편집주간과 부주간으로 선임됐다.
한 주간은 편집위원회를 대표해 계간지 창비의 편집을 총괄한다. 강 발행인·편집인은 계간지 발행의 법적 책임만 지고, 편집권을 편집위원회에 위임한다. 편집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한편 지난 50년간 창비의 편집인을 맡았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 교수는 김윤수 발행인, 백영서 주간과 함께 작년 말 퇴임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한 주간은 “편집위원의 연령대가 50대에서 40대로 낮아졌다”며 “그래도 다른 잡지에 비해 연령대가 높지만 노장층의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밖에도 새로운 편집위원으로 한영인과 김태우가 합류했다.
아울러 창비는 문예지와 정론지를 겸한다는 원칙 아래 문학중심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 원칙에 따라 문예 부분을 확대하고, 지면을 개편한다. 이는 비문학 분야로 비평 영역을 넓힌 다른 문예지와 대조되는 행보다.
창비는 사회적 현안과 관련된 문학을 지향한다는 목표 아래 인문사회와 문학의 공동작업을 늘리고, 비평 담론도 세계문학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논단과 현장’, ‘창비적 관점’과 같은 기존 코너도 새롭게 꾸밀 예정이다.
한 주간은 “그동안 창비가 한국문학을 얼마나 챙겼는가는 반성할 점이 많다”며 “창비가 작년 표절과 문학권력의 시초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저희는 좀 더 낮은 자세로 한국문학에 헌신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비 편집위원들은 기득권에 안주해 편하게 문학을 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사옥을 서울에 마련한 것도 앞으로 작가·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창비를 눈여겨봐 달라”고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창비는 계간지 형식의 ‘젊은 문예지’를 올해 하반기 펴낼 예정이다. 창비는 기존 잡지가 최근 다양한 문학 조류를 담아내는 데 지면상의 제약이 있다고 판단하고, 젊은 창작자들에게 대중과 소통하는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별도의 젊은 잡지를 창간한다.
‘젊은 문예지’의 편집위원회는 젊은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등으로 구성되며, 편집권 역시 완전히 독립된다. 지면은 시, 소설, 평론, 산문, 만화 등 여러 장르로 구성된다.
한 주간은 “잡지 성격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발랄한 발상과 현장의식을 가진 작가들에게 마음껏 기를 발산할 수 있는 공간을 부여할 것”이라며 “이런 면에서 기존 창비와 어울리는 잡지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창비 50주년 기념호인 2016년 봄호는 내달 20일께 출간된다. 또 현장성을 중시하는 창비의 목표를 보여주기 위해 표지도 강렬한 원색으로 꾸밀 예정이라고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그러나 작년 신경숙 표절 사태의 핵심에 있었던 창비가 예상에 못 미치는 개편을 추진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주간은 이 평가에 대해 “파격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변화가 읽힐 것이라고 본다”며 “단시간에는 눈에 띄지 않겠지만 좀 더 실천적으로 현장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창비의 시대의식과 관련된다”며 “문학을 문학답게 하면 시대를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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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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