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방송된 MBN 교양 프로그램 <부부수업 파뿌리>에서는 국제결혼 부부의 이야기가 담겼다. 네덜란드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가 서로 첫눈에 반해 부부의 연을 맺은 지 어느덧 20년. 하지만 지금은 서로에게 이기적 남편, 그리고 짠순이 아내가 되어 있었다. 결정의 무대에 오른 두 사람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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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맺은 인연
헨니(남편)와 영진(아내)은 20여 년 전 네덜란드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네덜란드로 유학 갔던 영진이 현지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헨니를 만나게 된 것. 영진은 헨니의 박학다식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반했고, 헨니는 처음 만난 영진의 “모든 것이 좋았다”고 한다. 이후 급격하게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결혼, 이후 네덜란드에서 첫 아이 벤자민을 낳고 신혼 생활을 꾸려나갔다.
▶문화적 차이에서 온 갈등의 시작
네덜란드에서 두 사람은 문화적 차이와 경제적 어려움을 모두 견뎌야 했다. 당시 헨니에게는 이렇다 할 수입이 없었고, 영진은 그런 상황에서 벤자민을 낳고 키워야 했다. 향수병까지 생긴 영진이 갈수록 힘들어하자 결국 헨니와 영진은 함께 한국으로 오게 된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갈등은 시작됐다. 타지 생활로 인해 헨니는 외로워졌고, 그만큼 아내에게 투정을 부리거나 이것저것 요구하기 시작했다. “밥은 꼭 아내가 차려주고 집안일도 다 해달라”거나 “정원이 있는 전원주택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등의 투정이었다. 하지만 영진의 입장에서 헨니의 요구들은 ‘사치’였다. 그녀는 아이들 양육에 집중했고 그만큼 헨니를 향한 잔소리는 심해졌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지금의 두 사람은 대화를 시작하면 다툼으로 끝나거나 대꾸를 하지 않는다.
남편과 아내, 각자의 사정은?
▶헨니의 시점 | 타지생활 20년, 처가살이 20년
남편의 요구들은 그의 스트레스를 반영한다. 그는 “프라이버시가 없다”며 하소연했다. 아내의 부모님 댁 바로 옆에 살기 때문에 처가의 간섭이 심했던 것. 아내의 입장에서는 든든한 친정이지만, 타향에서의 처가살이는 네덜란드인 사위 헨니에게 다소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영진의 시점 | 철없는 남편, 어려운 집안형편
아내의 입장은 다르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두 아들의 교육 문제와 경제적 능력. 과거 네덜란드에서 신혼생활을 하던 때 경제적으로 어려워 굶주렸던 기억 때문일까. 그녀는 남편의 의견을 반영하기보다 아이들을 위한 결정을 해야 했고, 집안 경제를 생각해야 했다. 그녀는 남편이 함께 노력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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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를 위한 4단계의 ‘파뿌리 처방전’
'부부수업 파뿌리'는 두 사람에게 4단계의 ‘파뿌리 처방전’을 제시했다. 처방전은 긴 세월만큼 복잡해진 두 사람의 갈등을 극복시킬 수 있었을까.
▶처방전 ① 부부 상담 & 가족 상담
먼저 부부 상담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남편은 지켜지지 않는 프라이버시와 외로움에 대해 말했고, 아내는 가족들을 생각하지 않는 철부지 남편에 관해 이야기했다. 서로의 입장을 처음 전해들은 두 사람은 미안함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특히 부부의 갈등이 두 아들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안 부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두 사람이 함께 산 지는 오래되었지만, 한 부부로 마음을 합쳐 사는 방법을 모르면 가족의 중심이 되지 못합니다. 서로가 요구하는 것들을 하나씩 들어주면서 한 팀이 되어야 해요.”
▶처방전 ② 하나되는 가족여행
부부뿐만 아니라 자녀들과도 멀어진 거리를 좁히기 위해 <파뿌리>는 가족 여행을 기획했다. 어색해하던 네 사람은 페인트건 서바이벌 게임을 함께하며 거리를 좁혔고, 남편이 직접 만든 요리를 나눠 먹으며 자연스럽게 가족간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 “부부 갈등으로 인해 아이들과의 관계가 틀어졌다면, 아이들과 여행을 가거나 가족 활동을 함께하면서 대화를 점차 늘려나가세요.”
▶처방전 ③ 최면 상담요법
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좀처럼 아들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남편. <파뿌리>는 최면 상담을 통해 남편의 내면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사실 그에게는 유년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심하게 핍박 받았던 기억이 있었는데. “심하게 말하면, 당시 엄마가 돌아가시길 바랐다”고까지 말하는 남편에게서 그때의 상처를 엿본 아내는 또 한번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 “과거의 상처가 현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요.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과거를 이해해야 합니다.”
▶처방전 ④ 가족상담
이제 내면의 아픔을 들여다 봤으니, 자녀들과 대화를 시작할 때. <파뿌리>는 가족 상담을 통해 헨니 가족이 서로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결국 ‘대화’가 가족 간의 벽을 없애는 방법이었다.
☞ “첫째도 대화, 둘째도 대화에요. 가족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마음을 나눌 수 있어요.”
리마인드 웨딩 or 아름다운 이별, 선택의 순간!
부부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들은 행복한 리마인드 웨딩을 택했을까,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을까.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서로를 이해하고
리마인드 웨딩을 택한 두 사람은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이때 남편은 첫째 아들과 함께 아내에게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줘 감동을 더했다. 그동안 서로의 마음을 살피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변화하기로 마음먹은 결과다. 부부의 이야기는 MBN 공식 홈페이지(http://mbn.co.kr) 또는 공식 앱에서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