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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기준으로 ‘미움받을 용기’ 이전 최장수 1위 기록은 2011년 35주간 1위에 오른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였다. 이어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31주간, ‘다 빈치 코드’와 ‘시크릿’은 30주 연속 1위를 기록한바 있다.
김정운의 신간은 고독에 대한 심리학적, 사회문화적 통찰을 소소하게 풀어낸 산문집이다. 출간 4주만에 1위에 오른 이 책의 주요 독자는 책과 멀어진 남성들이다. 구매층 중 남성이 54.1%로 여성보다 많으며, 이 중에서도 40대 남성이 35.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40대 남성들이 ‘고독을 즐기라’는 메세지에 호응한 것이다.
혜민 스님의 4년만의 신작은 전작과 비슷한 형식으로 삽화가 곁들여진 소소한 잠언집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도, 세상도 사랑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말처럼 세상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 내가 있는 곳마다 주인 되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메세지를 담았다. 이처럼 ‘아들러 심리학’ 열풍을 일으킨 ‘미움받을 용기’의 뒤를 잇는 책들은 ‘내면에 집중해 고독을 즐기고, 타인과 세상에게 흔들리지 말라’는 메세지를 공통적으로 담고 있었다.
출판계에 새 얼굴이 등장했지만, ‘미움받을 용기’의 독주는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온·오프라인 서점 광고와 미디어 노출에 집중해온 출판계에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2014년 말 책 출간 직후 출판사는 일부 내용을 담은 샘플북을 제작해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마케팅을 시도했고,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홍보에도 적극적이었다. 인플루엔셜 김보경 본부장은 “두께 있는 인문서임에도 불구하고, 입소문 전략이 통했다. 서점보다는 독자들에게 직접 투자한 마케팅 비용이 많았고 그 전략이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미움받을 용기’는 최근 양장본을 5만부 한정판을 출간한데 이어, 1월 교보문고와 협업으로 인디밴드 ‘데이브레이크’의 음악, 성우가 낭독하는 음성, 팝업 각주와 모션 그래픽 삽화을 넣은 멀티미디어 전자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종이 콘텐츠라는 한계를 넘어 다각도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의 일환이다. ‘미움받을 용기’를 비롯해,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등 연이은 히트작을 낸 신생출판사 인플루엔셜은 출판계 최초로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로부터 20억원의 공동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출판계의 유례없는 불황이 이같은 독주체제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출판사 대표는 “1년여간 한권의 책이 1위를 독주할만큼 새로운 히트작을 못 만들어낸 건 그만큼 출판시장의 체력이 약해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향후 베스트셀러 각축전은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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